▲ 유재욱 대전상공회의소 부회장, 오성철강 회장 |
하지만, 공기업의 구조조정은 그리 쉬운 문제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조직에는 쉽게 컨트롤 할 수 없는 '관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이러한 관성은 조직문화나 구성원의 의식, 습관, 태도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저 나타나는 현상으로 그러한 '관성'을 멈추려하거나 중단시키려고 할 때는 조직 내에 큰 갈등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조직의 관성의 힘을 무시한채 실력있는 기관장이 독단적이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경우, 조직 내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철도노조 파업은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 사실 구조조정과 더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혁을 하려면 조직관성의 힘을 서서히 변화시키면서 방향전환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CEO가 지속적으로 구성원의 인식전환과 문화개선, 조직원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스스로 움직여서 변화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경영이념을 실천하고 조직을 변화시키는 동기부여가 필수적인데, 우리나라 공기업의 CEO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바뀌었고 그 임기도 변화를 이끌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아마 '신의 직장'에 다니는 구성원들은 '얼마 지나면 바뀌겠지', '이번 CEO는 좀 험악한데 곧 적응할거야' 등의 안일한 인식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정부라는 든든한 후원자를 갖거나 독점권을 가진 기업이 경쟁체제가 없다면 방만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러 선진국에서도 공기업의 구조조정은 영원한 숙제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만의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인력구조조정이나 부채감축도 중요하지만 체질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수다. 공기업이 경험하지 못하는 시장 경쟁체제 하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논리에 의해 가격이 정해지고 원가가 산출되어 수익성 확대를 위한 노력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무한경쟁 속에서는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기술개발을 부단히도 해야하고 원가절감을 위한 노력을 해야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시장의 변화와 시대의 흐름에 맞춰 기업이 변하고 또 절제하고 스스로 개혁해야만 승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시장경쟁의 섭리다.
이러한 냉정한 경쟁의 원리에 놓이지 않는 한 거대 공룡 공기업의 변화는 요원하다. 과거 공기업이었던 KT나 POSCO의 경우처럼 민영화가 되고, 경쟁체제 하에 놓인다 하더라도 그 기업문화라는 것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을 보면 얼마나 공기업 개혁이 어려운지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공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력있고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전문경영인이 5년 이상 변화를 선도하고 체질개선을 해야만 향후에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공기업 CEO 인사가 정권창출에 기여한 사람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이루어지는한 공기업 개혁은 달성될 수 없는 영원한 숙제로 남을 것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에 의해 선발된 실력있고 신뢰받을 수 있는 리더의 지속적인 노력이 공기업의 체질 개선을 이끌것이고, 이러한 성과는 단기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체질개선이 수반되어 조직전체가 동기부여될 때 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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