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욱]공기업 개혁의 방향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유재욱]공기업 개혁의 방향

[경제칼럼]유재욱 대전상공회의소 부회장, 오성철강 회장

  • 승인 2013-12-16 14:07
  • 신문게재 2013-12-17 17면
  • 유재욱 대전상공회의소 부회장유재욱 대전상공회의소 부회장
▲ 유재욱 대전상공회의소 부회장, 오성철강 회장
▲ 유재욱 대전상공회의소 부회장, 오성철강 회장
최근 공기업의 방만경영과 과다부채가 정치적으로 이슈화되고 공론화되면서 상당기간 동안 공기업 인력구조조정과 부채감축을 내용으로한 사회적 갈등이 야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공기업의 과다부채와 방만경영은 십수년간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으며, 여러 정권이 개혁해보려고 노력했으나 성과없이 마무리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오히려 악화된 사례도 있었다. IMF사태를 계기로 민간부문에서는 큰 구조조정의 물결에 일부 대기업의 파산과 M&A, 인력구조조정이 상당부분 이루어졌으나 공기업은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의 부채지급보증 혜택과 정부산하 기관이라는 태생적 한계 밑에서 실질적인 구조조정을 할 수 있었던 기회를 여러번 놓친 것이다.

하지만, 공기업의 구조조정은 그리 쉬운 문제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조직에는 쉽게 컨트롤 할 수 없는 '관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이러한 관성은 조직문화나 구성원의 의식, 습관, 태도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저 나타나는 현상으로 그러한 '관성'을 멈추려하거나 중단시키려고 할 때는 조직 내에 큰 갈등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조직의 관성의 힘을 무시한채 실력있는 기관장이 독단적이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경우, 조직 내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철도노조 파업은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 사실 구조조정과 더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혁을 하려면 조직관성의 힘을 서서히 변화시키면서 방향전환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CEO가 지속적으로 구성원의 인식전환과 문화개선, 조직원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스스로 움직여서 변화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경영이념을 실천하고 조직을 변화시키는 동기부여가 필수적인데, 우리나라 공기업의 CEO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바뀌었고 그 임기도 변화를 이끌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아마 '신의 직장'에 다니는 구성원들은 '얼마 지나면 바뀌겠지', '이번 CEO는 좀 험악한데 곧 적응할거야' 등의 안일한 인식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정부라는 든든한 후원자를 갖거나 독점권을 가진 기업이 경쟁체제가 없다면 방만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러 선진국에서도 공기업의 구조조정은 영원한 숙제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만의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인력구조조정이나 부채감축도 중요하지만 체질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수다. 공기업이 경험하지 못하는 시장 경쟁체제 하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논리에 의해 가격이 정해지고 원가가 산출되어 수익성 확대를 위한 노력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무한경쟁 속에서는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기술개발을 부단히도 해야하고 원가절감을 위한 노력을 해야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시장의 변화와 시대의 흐름에 맞춰 기업이 변하고 또 절제하고 스스로 개혁해야만 승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시장경쟁의 섭리다.

이러한 냉정한 경쟁의 원리에 놓이지 않는 한 거대 공룡 공기업의 변화는 요원하다. 과거 공기업이었던 KT나 POSCO의 경우처럼 민영화가 되고, 경쟁체제 하에 놓인다 하더라도 그 기업문화라는 것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을 보면 얼마나 공기업 개혁이 어려운지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공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력있고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전문경영인이 5년 이상 변화를 선도하고 체질개선을 해야만 향후에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공기업 CEO 인사가 정권창출에 기여한 사람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이루어지는한 공기업 개혁은 달성될 수 없는 영원한 숙제로 남을 것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에 의해 선발된 실력있고 신뢰받을 수 있는 리더의 지속적인 노력이 공기업의 체질 개선을 이끌것이고, 이러한 성과는 단기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체질개선이 수반되어 조직전체가 동기부여될 때 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