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진섭 KAIST 교학기획팀장 |
다양성은 사회 구석구석에서 인정되고 살아 움직여야 한다. 대학에서는 학문분야에 따라 또한 개별 교수들이 지향하는 학문의 목표에 따라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풍토가 자리 잡아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도 추구하는 꿈과 목표 및 향후 진로에 따라 다양성을 인정하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학생 스스로가 목표를 설계하고 하나하나 책임지고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연구소에서는 연구 분야에 따라 추구하는 목적과 과정이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인류의 행복이라는 공통의 가치목표를 지향해야 한다. 아울러 정치권에서는 국민의 행복이라는 존재이유를 함께 공유하면서 다양성을 존중하며 소통과 타협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나와 그리고 우리와 주장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인정하지 않거나 어느 일방의 양보만을 요구하는 정치로는 국민이 행복한 정치를 실현해 나갈 수 없다.
다양성이 존중된다는 것은 개인의 가치가 존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개인의 가치가 존중된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흐르는 피가 그만큼 건강하다는 표시이다. 우리의 몸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영양소가 공급되어야 하고 신체를 이루는 수많은 장기와 세포들이 건강하게 살아 움직여야 한다. 편식은 특정 영양소의 과다 공급을 가져오고 이는 다른 영양소의 결핍을 유발해 몸의 이상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사회도 이와 특별히 다를 것이 없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건강한 발전을 도모하면서 조화를 이루어가는 것이 민주주의 기본 가치이자 기반이다.
우리 국민들의 땀과 열정으로 이제는 세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무언인가에 쫓기고 쫓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지표상으로는 세계 경제대국이라고 하지만 그 속에서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자부심을 공유하고 만족과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 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목적지상주의가 여전하고 일등주의와 최고지향의 문화가 지배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때로는 우리 사회가 무엇인가의 가치에 매몰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들 정도다. 우리는 여전히 급하다. 무언가의 성과에 집착하고 조급해한다. 느긋하게 기다림의 여유가 없다. 여유로움 속에서 느낄 수 있고 볼 수 있는 것들을 빨리 빨리를 외치다보니 보지 못하고 놓치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를 일이다.
우리 사회가 이제 국력에 어울리는 건강한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어느 한 방향으로 획일적으로 편중되기 보다는 다양한 가치들이 서로 견제하고 비판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하고 공존하는 사회구조가 정착되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인 가치가 성공을 지향하기 보다는 행복이 되어야 한다. 결국은 국민이 행복한 시대를 지향하되, 다양한 방법론들이 제시되고 논의되면서 합리적인 방안들을 모색해나가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우리의 과학기술도 때로는 무엇을 위한 과학기술인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연구하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인류의 행복이라는 가치를 위해 어떠한 기여를 하고 있는지를 근본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은 혼이 살아있고 정신이 살아있는 과학기술이 되어야 하고 연구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들도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줄 수 있는 느긋함과 아량이 필요하다. 성과중심의 가치가 획일적으로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본질적인 가치의 고민이 결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분야의 다양성이 존재하듯이 마땅히 이를 존중하는 다양한 가치기준이 존중되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는 사회에서 창의적인 사고가 제대로 발현될 수 없고, 이는 곧 창조경제가 제대로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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