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림 대전·충남재향군인회장 |
장성택의 권력기반을 고려할 때, 권력투쟁이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권력암투가 현재진행형이며 그 여진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정은이 장성택의 신병을 확보·체포하고 처형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지 않는 한, 향후 장성택의 반격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설사 장성택과의 권력투쟁에서 김정은이 승리한다 해도 북한체제 장래를 쉽게 낙관할 수 없는 것이 북한 내부의 속사정이다. 그 가장 큰 근거는 북한이 수십 년 구조적인 체제난관에 봉착해 왔다는 사실과 김정은의 리더십이 이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김정은의 성격이 과격하고 즉흥적이면서 경험이 일천하고 경륜이 얕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졌다. 예컨대 감정적이고 잦은 인사 교체 등으로 불안한 리더십을 보인다는 소식(중앙일보, 12.4)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외신들도 이번 사건이 김정은 출범 이후 최대 격변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권력초기에는 백두 혈통의 후광 때문에 엘리트들이 충성을 맹세한다 해도 미숙한 리더십이 반복되면 불평불만이 조성되고 반김(反) 운동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경제난을 해결할 묘안이 없는 것이 치명적이다. 묘안 이래 봐야 중국식 점진적인 개혁 개방을 추구하는 길인데, 이는 김정은이 추구하는 '유일영도'와는 정면 배치된다. 사회주의 체제의 개혁 개방은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다. 등소평(鄧小平)의 경우에서 보듯 자본주의 체제의 우월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동시에 지극히 현실적이고 신중한 정책추진 능력이 요구된다. 등소평이 '중국특색(中國特色) 사회주의'라는 슬로건 하에 사실상 자본주의화를 성공시킨 원려(遠慮)가 돋보이는 배경이다.
그동안 김정은의 언행으로 볼 때, 그가 개혁 개방을 내세운다 해도 자본주의 효율성에 대한 신념보다는 일시적인 달러획득에만 관심이 있고 무엇보다도 유일영도 수령체제를 견고하게 하려는데 우선적인 목표가 있음이 분명하다. 결국, 김정은이 이끄는 북한이 연착륙보다는 경착륙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 이유다. 최근 미국 등지의 해외 전문가들이 북한 급변사태를 예고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에 김정은의 리더십 불안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장래가 폭력을 수반하는 급변사태 쪽으로 기운다면, 우리는 북한정세를 예의주시하면서 이미 마련한 비상계획(작계 5029 등) 적용을 염두에 두고 한미(韓美)공조체제를 재점검해야 한다.
최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 선언을 볼 때, 북한 급변 시 중국군의 개입은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중국은 대외적 수사와는 달리 동아시아에서 확고부동한 대국굴기 팽창주의 노선을 추구하고 있음이 분명하고, 주(主) 전선이 북한과 대만, 센카쿠 열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한반도가 중대한 위기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북한 격변과 함께 복잡한 우리 국내사정도 위기의 도(度)를 한층 높이고 있다. 내부적으로 종북 척결이 외면할 수 없는 중요한 국정과제임에도, 그 진행과정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이석기 사건과 통진당 해산 청구 사건이 어떻게 결말날지가 국민의 지대한 관심사다. 정치권에선 종북을 두둔하고 지원하는 세력이 온존(溫存)해 있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들은 통진당 해산청구에 대해 “반민주적 폭거”라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단호한 법 집행이 우리에게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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