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기자 칼럼]노인의 마음

[객원기자 칼럼]노인의 마음

  • 승인 2013-12-04 19:54
  • 신문게재 2013-12-06 10면
  • 김태권 객원기자김태권 객원기자
▲ 김태권 객원기자
▲ 김태권 객원기자
2013년 한해도 저물어 가는 것 같다. 각종 기관이나 회사 그리고 단체에서 한 해를 정리 하는 행사를 서둘러 하는 모습이 느껴진다.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된다는 의미도 있다.

예전의 이야기지만 한 할아버지가 사랑방에 앉아 글을 읽고 있는데 손자가 물고기 잡는 기구를 가지고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아! 오늘은 맛있는 물고기 찌개를 먹을 수 있겠다”하고 기대를 한다.

몇 시간이나 지나서 손자가 들어오고 며느리는 저녁 준비를 하는 것 같으니 미리 군침이 돈다. 잠시 후 저녁상이 사랑방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기대했던 물고기 찌개는 보이지 않고, 평소와 같은 밥상이다. 할아버지는 심기가 불편해 수저를 들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고 밥맛이 없어지며 한숨만 난다.

잠시 후 아들이 물고기 찌개 그릇을 들고 들어오면서 “이것 드세요” “뭐냐?” “얘들이 물고기를 잡아 왔대요” “음 그래” 하고는 몰랐던 척 맛있게 먹으면서 하는 말, 역시 “자식은 제 애비를 챙기고, 그 자식은 또 그 애비를 챙기는 구나! 옳다! 옳아!” 하면서 맛있게 먹고는 “으흠!” 했단다.

그런데 얼마 전에 손님으로 어느 가정을 방문 했는데, 밥상에 큰 조기가 잘 구워져 올라왔다. 다른 것을 먹으면서 기다리는데, 며느리가 오더니 조기를 바르기 시작한다. 왜 바를까? 손자를 주기 위해서다. 요리조리 만지면서 고기를 발라 손자에게 사정사정 하면서 먹인다. 물론 손님으로 간 할아버지는 조기 맛을 볼 수 없게 된다.

입맛을 다시던 할아버지는 밥상을 물리고, 혼자서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한다. '나쁜 놈들, 나는 너희가 살고 있는 젊은 시절을 살아 보았지만, 너희들은 늙어보지 못하여 늙은이의 마음을 너무나 모르는구나. 나이들면 어린아이 보다 더 고기가 먹고 싶은 법인데….”

2013년 우리나라에 홀로 사는 65세 이상의 독거노인이 125만2000여 명이고 전체 노인의 20.4%에 달한다. 특히 농촌 지역은 더욱 심각해 26.8%, 네 분 중의 한 분이 넘는 셈이다.

따라서 언제 어떻게 사망 했는지도 모르는 처지로 나중에 시신이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래도 아들과 손자가 있고 같이 대화할 사람이 있는 노인도 마음이 고단한데, 독거노인들의 마음은 얼마나 고단 하실지…. 세월은 가고 인식은 변한다. 이제 날이 추워지는 겨울, 노인들의 마음에 상처가 덜 될 수 있도록 이 땅의 젊은이들이여, 사람은 모두가 늙는다는 사실을 알고 노인의 마음을 읽고 생각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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