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소를 병든소로 위장…100억대 가축재해보험사기

축협직원·수의사·공무원·소 주인 등 414명 덜미

4일 오전 충남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가축재해보험 사기 사건 브리핑에서 담당 형사가 사건 기록을 보며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4일 가축재해보험사기를 이용해 15억원 상당을 빼돌린 혐의로 김모(41)씨와 최모(34)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각각 전·현직 당진축협직원으로 김씨는 소 주인들 몰래 통장을 개설, 허위로 가축재해보험금 7억원을 신청해 빼돌리고, 소 주인들에게 보험료를 부풀려 청구해 차액을 챙기는 수법으로 6억원 상당을 빼돌리는 등 13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다. 최씨는 김씨에게 배운 수법을 이용해 1억 6000만원 상당을 빼돌렸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포토샵(사진수정프로그램)을 이용해 쓰러진 다른 소의 사진을 정상소의 이표번호(소의 주민번호 개념)에 오려붙이는 등 다양한 수법으로 가축재해보험금 신청 서류를 허위로 작성했다.

범행과정에서 수의사 김모(42)씨 등은 실제로 소를 진단하지 않고 보험청구사유에 해당하는 허위진단서를 발급해 건당 3만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또 소 운반상인 김모(55)씨 등은 멀쩡한 소의 다리에 줄을 묶어 윈치(끌어 올리는 기구)를 이용해 잠시 쓰러뜨려 사진을 찍은 뒤 트럭에 태워 도축장까지 운반해주고 마리당 1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 주인들도 보험금의 두 배 이상을 보장해 준다는 말에 보험에 가입하고 범행에 동조했다.

이렇게 공모해 소를 쓰러뜨린 사이 찍은 사진과 진단서 등으로 폐사나 부상보험금을 신청하면 소 한 마리당 50만~350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됐다. 서류위조로 보험금은 챙기고 소는 예정대로 정상 출하돼 이중으로 이득을 챙겼다. 출하하는 소를 트럭에 태우는 사이 벌어진 일이다.

경찰은 축협직원과 공모한 수의사, 소운반상, 소 주인 등을 불구속 입건하는 등 충남 전역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이 파악된 414명 중 156명을 붙잡아 2명을 구속하고 15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 중에는 축·낙협직원 및 조합장, 교육 및 행정 공무원인 소 주인 등도 포함돼있다. 붙잡힌 156명에 관련된 보험사기 금액만 해도 64억원 상당이다. 나머지 258명, 38억원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다.

한편 가축재해 보험료의 50%는 국가보조금이며 최근엔 한 해 450억원 가까이 지원됐다.

유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