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애숙 대전지방기상청장 |
올 겨울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경고를 하늘이 보내고 있다. 실제로 11월 22일 발표된 겨울철 전망에서도 올 겨울은 평년보다 추울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대륙고기압 발달 구역의 눈덮임 현황과 북극해빙 면적 등 우리나라 겨울 추위와 관련한 관측 자료와 기후예측모델결과에 근거한 기후예측전문가들에 과학적 분석의 결과로서 나온 것이다. 특히, 충남은 우리나라 겨울철 추위를 몰고 오는 대륙고기압이 발달할 경우 서해안에 눈을 내리게 한다. 대륙고기압에서부터 내려오는 찬 공기가 공기보다 따뜻한 물이 있는 서해바다를 지나면서 수증기를 응결시켜 눈구름을 만들게 되는데 이 눈구름이 서해안으로 이동해 오면서 많은 눈을 내리게 한다. 이런 영향으로 겨울에 추위가 일찍 시작되면 미처 차가워지지 못한 서해의 수온과 찬 공기의 온도차가 커지게 되어 많은 눈이 내릴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겨울이 추워지면서 '지구 온난화로 인해 겨울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진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추운 걸까?'라는 의문이 들 법하다. 최근 겨울이 추워지는 경향도 지구 온난화와 관련되어 있다.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고 북극의 따뜻해진 공기는 해빙을 녹여 다량의 수증기가 발생하게 된다. 차가운 수증기는 무겁기 때문에 이동을 잘 못한다. 북극이 추울 때는 수증기가 갇혀서 움직이지 않지만, 따뜻해진 수증기는 움직이기 쉬워지게 되어 대륙고기압의 발생지역인 시베리아로 이동해 많은 눈으로 내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지표면의 공기가 차가워지면서 대륙고기압을 강화시켜 우리나라에 강추위가 닥치는 것이다. 그래서, 겨울철 전망을 발표할 때 북극 해빙 면적의 변화 감시가 매우 중요하다. 해빙면적이 줄어들고 바닷물 면적이 늘어나면 그만큼 북극의 공기 온도가 올라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위성 감시에서도 북극의 다년생 해빙 면적이 점차 줄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북극해도 계절변화가 있어 여름이 되면 얼음이 많이 녹고 겨울이 되면 다시 얼게 된다. 그러나 모든 얼음이 그런 것이 아니라 계절이 바뀌어도 녹지 않는 얼음이 있는데 이를 다년생 해빙이라고 한다. 반대로 겨울엔 얼었다가 여름엔 녹는 얼음을 단년생 해빙이라고 한다. 그런데 최근 북극해빙 중 다년생 해빙면적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감시 결과가 나왔다. 이것 또한 북극해의 기온이 올라간다는 하나의 증거일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세계 모든 곳에 똑같은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어느 곳은 가뭄이, 어느 곳은 폭설이, 어느 곳은 한파가 발생한다. 그래서 지역별 나라별로 기후변화를 감시·예측하여 그 지역 특성에 맞는 기후변화 적응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올바른 정책 수립을 위해 기상청은 기후특성과 기후변화시나리오를 각 시·군에 제공하고 있다.
기상청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겨울철 기상재해 걱정에 겨울의 낭만을 느끼는 것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중년의 나이를 넘긴 지금도 첫눈이 오면 마음이 설레고, 이제 곧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지고 캐럴이 울려 퍼질 것을 기다리게 된다. 그러나 겨울철 추위는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혹독한 시련일 수 있다.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조금만 나누어 이웃의 어려움을 걱정하고 따뜻한 손길을 건네는 따뜻한 우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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