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구]'봉오동전투의 영웅' 홍범도 장군 70주기를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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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구]'봉오동전투의 영웅' 홍범도 장군 70주기를 맞아

[기고]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향토사학자)

  • 승인 2013-12-01 13:33
  • 신문게재 2013-12-02 17면
  •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향토사학자)
▲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향토사학자)
올 해는 봉오동전투와 청산리전투의 영웅 여천 홍범도(洪範圖, 1868~1943) 장군이 이역만리 카자흐스탄에서 순국한 지 70주기가 되는 아주 뜻 깊은 해다.

사단법인 여천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종찬 이사장은 홍범도 장군 70주기를 추모하며 홍범도 장군의 생애와 업적이 우리 한민족에게 주는 역사적 교훈을 다음과 소개했다.

첫째, 홍범도 장군은 양반계급도 아니고 비천한 광부였고,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해 절을 찾아간 식객승이었고, 포수로서 생활을 이어간 하층계급이었다. 그는 조선왕조로부터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했고 오히려 착취의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조국이 외세에 의하여 침탈당할 때 분연히 일어나 민족의 독립을 위하여 헌신했다.

1907년 대한제국의 군대가 일제로부터 강제로 해산되자 군에 소속된 장병들은 궐기하여 즉시 의병투쟁을 전개했다. 의병투쟁은 후에 만주나 극동 러시아 지역에서 독립군으로 발전했다. 독립군은 국경 지대에서 전투태세를 준비했으며 언젠가는 국내에 진공하여 다시 나라를 찾겠다는 의욕에 불탔다. 홍범도 장군은 이때 독립군의 지휘관으로 맹활약했다.

둘째, 홍범도 장군은 항상 자기를 낮췄다. 의병투쟁은 각 지역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났다. 자연 통일된 지휘체계도 없고, 어떤 명령을 하달할 수 있는 위임된 사령부도 없었다. 의병이나 독립군은 서로 자신들 위주로 사람을 모아 부대를 편성했다. 이로 인해 상호 간 주도권 다툼이 일어나고, 이기적인 종파의식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홍범도 장군은 비범한 인격과 지휘력을 갖추었다. 그는 항일투쟁 전선을 앞에 두고 서로 작은 이해로 싸워 전투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하여 스스로 연합한 부대의 사령관 자리를 피하고, 오히려 그 휘하의 연대장으로서 임무를 맡아 부대를 지휘했다.

셋째, 홍범도 장군은 뛰어난 전술 능력을 갖추었다. 1920년 중국 길림성 화룡현 봉오동전투에서 열세한 독립군 연합부대가 일본군 정규 사단의 병력과 대적하여 승리를 쟁취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홍범도 장군은 뛰어난 부대 지휘 능력과 기발한 전술작전 운영으로 열세를 극복했다. 적군을 봉오동 골짜기로 유인하여 완전히 퇴로가 차단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일시에 적을 섬멸하는 그의 탁월한 전술 지휘는 분명히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봉오동 전승이 있었기에 후에 청산리전투에서 김좌진 장군과 함께 재차 일본군 대부대를 섬멸할 수 있었다.

홍범도 장군은 그 뒤 독립운동단체가 흑룡강의 국경지대에 집결하자 항일단체들의 통합을 주선해 대한독립군단을 조직하고 부총재가 됐다. 1921년 러시아령 흑하자유시로 이동해 스랍스케 부근에 주둔, 레닌정부의 협조를 얻어 고려혁명군관학교를 설립하는 등 독립군의 실력양성에 힘썼으나, 같은 해 6월 소련 당국의 한국독립군에 대한 무장해제령으로 빚어진 자유시사변을 겪은 뒤 이르쿠츠크로 이동했다. 이후 연해주에서 콜호스(집단농장)를 차려 농사를 지으며 한인들에게 민족의식을 고취시켰다. 그런데 스탈린이 밀려드는 일본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1937년 연해주의 고려인들을 대대적으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 소련 지휘부는 집단 강제이주에 반발하는 고려인 지도급 인사나 군 장교 약 2800명을 숙청했다. 69살의 노인 홍범도 장군은 다행히 학살은 면했지만 이미 울안에 갖힌 늙은 호랑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카자흐스탄의 크질오르다로 강제이주된 이후 야간에는 고려극장의 수위로 일하고, 주간에는 정미소의 근로자로 외로운 삶을 살다가 조국의 광복을 바로 눈 앞에 둔 1943년 10월 25일 76세를 일기로 한 많은 일생을 마감했다.

1982년 카자흐스탄의 한글신문 '레닌기치'기자들과 한인들이 중심이 되어 크질오르다 중앙공동묘역으로 이장했으며, 흉상과 3개의 기념비를 세웠다. 또 말년에 거주하던 집은 크질오르다의 역사기념물로 지정됐고, 집 근처의 거리는 '홍범도 거리'로 지정됐다. 1962년 대한민국 정부는 독립운동에 기여한 공훈을 기려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다.

그런데 홍범도 장군의 시신은 아직도 고국으로 봉환되지 못해 지금도 카지흐스탄의 크질오르다 묘소에 잠들어 있어 장군을 존경하는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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