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냉장고 AS가 보상판매?

김치냉장고 AS가 보상판매?

제조사, 얼거나 곰팡이 생겨도 '김치탓' 책임회피 수리 가능한데도 새제품 구매 유도… 소비자 분통

  • 승인 2013-11-28 14:09
  • 신문게재 2013-11-29 10면
  • 조강숙 객원기자조강숙 객원기자
▲ 본격적인 김장철을 맞아 1372 소비자 상담센터에 김치냉장고 관련 상담건수가 늘고 있어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내 제품은 기사내 특정사실과 관계없음.
▲ 본격적인 김장철을 맞아 1372 소비자 상담센터에 김치냉장고 관련 상담건수가 늘고 있어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내 제품은 기사내 특정사실과 관계없음.
겨울채비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김장. 본격적인 김장철에 접어들면서 김치냉장고 판매량이 대형 위주로 급증했다고 한다. 최근 배추값이 하락하면서 김장을 담는 가정이 늘거나, 김장포기수를 늘리는 가정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치냉장고 판매량이 늘면서 1372 소비자 상담센터에도 관련 상담건수가 늘고 있다. 김치가 시어지다 못해 물러버렸거나, 얼어버리거나, 심지어 곰팡이가 낀 경우도 있는데, 제조사 AS 기사는 “김치냉장고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김미화(36·둔산동)씨는 지난 9월 낡은 냉장고를 버리고 새로 W사의 대형 김치냉장고를 구입했다. 올 김장은 예년보다 많이 담글 생각으로 미리 대형으로 마련한 것. 전에 사용하던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던 김치들을 새 냉장고로 옮겨 보관했는데, 며칠 만에 김치가 얼어버렸다. AS를 요청했고, 방문한 기사는 온도가 너무 낮게 설정되었다며 조절을 해주는 것으로 점검을 마쳤다. 얼었던 김치는 할 수 없이 버리고 새로 김치를 담아 보관했다. 그런데 한 달 만에, 이번에는 김치가 완전히 물러 죽처럼 변해버렸다. AS기사는 “온도 설정도 적당하고 냉장고 성능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김치가 물러진 건 배추나 소금 등 김치 자체의 문제일 수 있다며 그냥 돌아갔다. 못 먹게 된 김치에 대한 보상은 받지 못했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보관해야 하는 김장김치를 보관했다가 또다시 김치를 못먹게 될까봐 불안해 김장을 담그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조미순(52·대흥동)씨는 S사의 김치냉장고를 구입해 사용한 지 2년이 되었다. 이 냉장고는 구입하자마자 냉기가 떨어지면서 김치에 곰팡이가 생겨, 냉각기 수리와 함께 가스를 충전받는 AS를 받았다. 역시 김치에 대한 보상은 받지 못했다. 그런데 그 이후로도 4~5차례나 계속 같은 현상이 발생했는데 그 때마다 온도조절, 가스주입 등으로 끝날 뿐 근본적인 조치가 없었다. 2년간 제대로 된 김치를 먹지 못하던 조씨는 최근 수리를 위해 방문한 기사로부터, 안쪽에서 냉각 가스가 새고 있는데 수리는 가능하지만 보상판매로 새 김치냉장고를 구입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구입당시 100만원이 넘는 가격이었고 보상가는 터무니없이 낮았지만, 그동안 골치를 썩였던 냉장고를 더 이상 보기 싫어 눈물을 머금고 돈을 더 보태 새로 구입했다.

김치가 어는 것은 냉각기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지만, 물러지는 것은 배추 외에도 소금이나 젓갈, 기타 양념 등 영향을 주는 변수가 많아 반드시 냉장고의 문제가 아닌 경우도 종종 있기는 하다.

그러나 “무조건 냉장고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김치 탓을 하며 책임을 회피하거나, 수리가 가능한데도 보상판매를 유도하는 AS 정책에 소비자는 분통을 터뜨린다.

소비자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김치가 물러지거나 금방 시어버리는 현상이 생기면 소비자는 제조사에 '김치 테스트'를 요청할 수 있다. 제조사에서 가져온 김치를 일정 기간 보관했다가 같은 현상이 발생하면 냉장고 성능의 하자로 보고 수리, 교환, 환급 등의 보상과 함께 버린 김치에 대한 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가전제품의 품질보증기간(1년)이후에 하자가 발생한 경우 유상으로 수리를 해주거나, 수리가 불가능하다면 감가상각한 금액으로 돌려주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김치테스트'를 요청할 수 있는지 모르는 소비자가 많고, 안다고 하더라도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2달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적다는 의견이다. 또한 감가상각 후 환불 규정에 대해서도 소비자보다는 제조사에 유리한 규정이라는 불만도 많다.

겨우내 식탁을 채워줄 김장김치, 김치냉장고의 선택도 김장만큼이나 어려운 문제이다.

조강숙 객원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1.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2.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3.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4.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5. 대전교육청 성천초 통폐합 추진… 학부모 동의 난항 우려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