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김장철을 맞아 1372 소비자 상담센터에 김치냉장고 관련 상담건수가 늘고 있어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내 제품은 기사내 특정사실과 관계없음. |
김치냉장고 판매량이 늘면서 1372 소비자 상담센터에도 관련 상담건수가 늘고 있다. 김치가 시어지다 못해 물러버렸거나, 얼어버리거나, 심지어 곰팡이가 낀 경우도 있는데, 제조사 AS 기사는 “김치냉장고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김미화(36·둔산동)씨는 지난 9월 낡은 냉장고를 버리고 새로 W사의 대형 김치냉장고를 구입했다. 올 김장은 예년보다 많이 담글 생각으로 미리 대형으로 마련한 것. 전에 사용하던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던 김치들을 새 냉장고로 옮겨 보관했는데, 며칠 만에 김치가 얼어버렸다. AS를 요청했고, 방문한 기사는 온도가 너무 낮게 설정되었다며 조절을 해주는 것으로 점검을 마쳤다. 얼었던 김치는 할 수 없이 버리고 새로 김치를 담아 보관했다. 그런데 한 달 만에, 이번에는 김치가 완전히 물러 죽처럼 변해버렸다. AS기사는 “온도 설정도 적당하고 냉장고 성능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김치가 물러진 건 배추나 소금 등 김치 자체의 문제일 수 있다며 그냥 돌아갔다. 못 먹게 된 김치에 대한 보상은 받지 못했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보관해야 하는 김장김치를 보관했다가 또다시 김치를 못먹게 될까봐 불안해 김장을 담그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조미순(52·대흥동)씨는 S사의 김치냉장고를 구입해 사용한 지 2년이 되었다. 이 냉장고는 구입하자마자 냉기가 떨어지면서 김치에 곰팡이가 생겨, 냉각기 수리와 함께 가스를 충전받는 AS를 받았다. 역시 김치에 대한 보상은 받지 못했다. 그런데 그 이후로도 4~5차례나 계속 같은 현상이 발생했는데 그 때마다 온도조절, 가스주입 등으로 끝날 뿐 근본적인 조치가 없었다. 2년간 제대로 된 김치를 먹지 못하던 조씨는 최근 수리를 위해 방문한 기사로부터, 안쪽에서 냉각 가스가 새고 있는데 수리는 가능하지만 보상판매로 새 김치냉장고를 구입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구입당시 100만원이 넘는 가격이었고 보상가는 터무니없이 낮았지만, 그동안 골치를 썩였던 냉장고를 더 이상 보기 싫어 눈물을 머금고 돈을 더 보태 새로 구입했다.
김치가 어는 것은 냉각기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지만, 물러지는 것은 배추 외에도 소금이나 젓갈, 기타 양념 등 영향을 주는 변수가 많아 반드시 냉장고의 문제가 아닌 경우도 종종 있기는 하다.
그러나 “무조건 냉장고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김치 탓을 하며 책임을 회피하거나, 수리가 가능한데도 보상판매를 유도하는 AS 정책에 소비자는 분통을 터뜨린다.
소비자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김치가 물러지거나 금방 시어버리는 현상이 생기면 소비자는 제조사에 '김치 테스트'를 요청할 수 있다. 제조사에서 가져온 김치를 일정 기간 보관했다가 같은 현상이 발생하면 냉장고 성능의 하자로 보고 수리, 교환, 환급 등의 보상과 함께 버린 김치에 대한 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가전제품의 품질보증기간(1년)이후에 하자가 발생한 경우 유상으로 수리를 해주거나, 수리가 불가능하다면 감가상각한 금액으로 돌려주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김치테스트'를 요청할 수 있는지 모르는 소비자가 많고, 안다고 하더라도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2달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적다는 의견이다. 또한 감가상각 후 환불 규정에 대해서도 소비자보다는 제조사에 유리한 규정이라는 불만도 많다.
겨우내 식탁을 채워줄 김장김치, 김치냉장고의 선택도 김장만큼이나 어려운 문제이다.
조강숙 객원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