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인]결혼 전 상담의 유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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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인]결혼 전 상담의 유익성

[수요광장]정지인 대전심리상담연구소장

  • 승인 2013-11-26 14:08
  • 신문게재 2013-11-27 17면
  • 정지인 대전심리상담연구소장정지인 대전심리상담연구소장
▲ 정지인 대전심리상담연구소장
▲ 정지인 대전심리상담연구소장
한 쌍의 남녀가 만나서 연애를 시작한다. 만나면 즐겁고 행복하고 내일 또 만날 수 있어도 잠깐이라도 헤어지기 싫다. 그래서 결혼을 한다. 그렇게 살다가 가끔은 이혼을 하기도 한다. 이혼을 하지 않더라도 '변했다', '속았다', '우리는 서로 안 맞는다' 등의 푸념을 하면서 두 남녀의 사이가 연애할 때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 왜 그럴까?

미혼 남녀가 호감을 갖고 데이트를 하고 좋아하는 감정과 지속기간에 대해서 많은 연구과 가설들이 있었다. 여러 연구의 공통점은 연애는 감정이며 그 지속기간이 3년 정도라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연애 3년 만에 결혼하지 않으면 콩깍지가 쓰인 결혼은 어렵다는 이야기다. 사실 두 남녀가 맞지 않는다면 결혼해서 이혼하느니 결혼 전에 헤어지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그런데 연애를 해 본 사람은 결혼 후 감정이 사그라진 상태에서의 이혼보다 연애할 때 헤어지기가 더 어렵다. 웬만해서는 연애할 때 상대방에 대해 싫은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왜 그럴까? 연애와 결혼의 차이점을 알아보자.

우선 연애할 때는 서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좋은 점을 어필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 데이트할 때 복장이나 화장은 최상의 것을 고르기 마련이다. 당연히 상대방은 배려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되고 호감이 증폭된다. 그런데 결혼을 하면 이제 자신에게 좋은 방향으로 상대방을 조절하려고 한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좋은 점을 어필하려는 의지는 사라지고 '나 이런 사람이야. 알아서 기어'라고 한다. 심지어는 보지 말아야 할 상대방의 모습도 계속 눈에 띄게 된다.

둘째, 연애할 때는 일정 시간만을 공유한다. 함께 있는 시간에 주로 먹거나 보거나 등 오감이 즐거운 일을 한다. 결혼을 하면 연애할 때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함께 한다. 그런데 함께 하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한 공간에 있지만 서로 다른 일에 몰두하기도 하고 나누는 대화도 즐겁지 않은 주제들이 많아진다.

셋째, 연애할 때는 상대방에 대해 일부분만 알 뿐이다. 그것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선택해서 안다. 성장과정, 성격, 사고, 등 아주 작은 부분만을 선택해서 알 뿐이다. 그러나 결혼을 하면 상대방의 모든 부분이 점차 드러나 알게 된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연애에 몰입하게 되는 이유는 의존적인 성향이 강하게 증폭돼 합리적 사고와 행동을 저하시키는 일종의 병리적 현상이다. 결혼 전 상담은 이 같은 병리적 현상(?)의 단점을 최소화해 합리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과정이다.

결혼 전 상담은 상대방에 대한 무한정의 장밋빛 콩깍지를 벗겨 준다. 즉, 그 사람이 좋아서 결혼하려는 것이 아니라 결혼 적령기에 남자(여자)가 필요해 결혼하고 싶었고 마침 지금 연애상대가 있기 때문에 결혼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왜냐하면 나는 이 사람이 아니라도 결혼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내가 왜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됐는지를 알게 해 준다. 연애는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상대방이 잘 채워주기 때문에 지속된다. 그러나 타인이 채워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결국은 자신이 채워야 한다. 자신에게 부족했던 점을 스스로 충족하기 시작하면 결혼 후에 상대방에게 집착하거나 미움을 갖지 않을 수 있다.

셋째, 지금은 콩깍지가 씌워져서 보이지 않는 상대방의 단점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상담을 통해 상대방의 성장과정과 그로 인해 형성돼 있는 성향들이 나타나게 되고 그 때문에 내가 싫어하는 상대방의 면모를 볼 수 있다.

넷째, 결혼을 하게 되면 서로의 성향, 가족환경이 원인이 돼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예측하게 해 준다. 연애는 둘이 하지만 결혼생활은 불가피하게 두 사람의 원가족과 얽힐 수 밖에 없다.이 부분을 간과하면 결혼생활 위기가 더 빠르게 올 수도 있다.

다섯째, 이런 모든 것을 다 알고도 결혼하겠다면 그때는 개인치료를 포함해서 커플치료를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는 내가 싫어하는 상대방의 면모를 왜 싫어하고 있는지를, 상대방은 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지를 이해하고 서로 수용하는 힘을 기르게 된다. 또 결혼 후 생활모습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소한 갈등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지를 상대방의 성향을 원인으로 이해하게 된다. 더 나아가 원가족과의 갈등이 발생할 때 상대방이 대처할 수 있는 성향적 한계를 이해함과 동시에 상대방이 원하는 방법을 수용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된다.

상담현장에서 때로는 결혼 전 상담으로 헤어지는 커플도 있다. 그러나 상담 후에 헤어지는 커플들은 아픔이야 없겠는가마는 그래도 큰 상처를 남기지 않는다. 결혼하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헤어진 커플보다 결혼한 커플이 월등히 많은데 아직 이혼한 커플은 보지 못했다. 대개 부부싸움이 결혼 전 상담을 하지 않은 부부보다 월등하게 적다고 한다. 서로 잘 이해하고 소소한 즐거움을 많이 느낀다는 후기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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