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정치 역사에서 '3金'이 차지한 비중은 높다.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차례로 지내면서 40년 이상 좌지우지했다.
그 이면에 연고주의(緣故主義)를 내세워 지역감정을 조장 또는 부추긴 것은 크나큰 부작용이다. 연고주의의 사전적 의미는 혈연이나 학연, 지연 따위로 맺어진 관계를 중요시하거나 우선시 여기는 태도로 정의된다.
아직도 선거 때만 되면 '우리가 남이가'라는 식으로 지역에 국한된 몰표가 쏟아진다. 소위 '핫바지' 소리를 듣는 충청권도 별반 다를 것 없다. 어느 때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좌지우지하다가도, 어느 때인가는 지역감정에 휩쓸리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경상도와 전라도는 두말할 나위도 없는 듯하다.
이는 비단 정치판이나 선거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크고 작은 기업체, 교육계, 공직사회 등 연고주의는 우리사회 곳곳에 깊게 뿌리 박혀 있다. 아무리 작은 기업이나 조직이라 하더라도 고향, 출신고교, 대학 등등 하나라도 엮이면 주변의 다른 사람은 배척되기 일쑤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그것을 탓할 일은 아니지만 결국에는 조직이 시나브로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직급을 막론하고 공직사회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의 능력이나 됨됨이'보다 '출신이 어디냐'가 우선시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새 정권이 출범해 내각 또는 청와대 인선이 진행되거나 고위 공직자의 승진 인사시 '지역안배'란 말이 종종 나온다. 부정적인 연고주의가 우리 주변에 얼마나 깊이 내재돼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보면 이를 타파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현실적 과제다.
연고주의의 세가지 요소인 지연, 학연, 혈연은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애향심, 향교심, 엘리트 의식을 공유한 동문 등은 긍정적 측면의 연고성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거에서 지연에 따라 무조건적 몰표를 주는 것은 연고성의 추악한 모습 중 하나다.
우리나라 연고주의의 병폐, 지역간 갈등을 푸는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사회 곳곳에 뿌리가 깊고, 부지불식간에 연고주의가 발동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고주의는 긍정적 측면을 부정적 측면이 상쇄하는 경우가 많아 우리나라의 발전과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공무원 A씨는 “연고주의는 다소 약화됐지만, 아직도 일상생활에 그 유산이 강하게 남아 비합리성과 불공평성을 낳고 있다”며 “‘연고주의’, ‘지역주의’ 타파는 우리나라가 시급히 극복해 가야 할 과제인 동시에 나라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꼭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