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언]레지던시 창작공간 바로 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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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언]레지던시 창작공간 바로 알기

[문화초대석]박상언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

  • 승인 2013-11-24 13:17
  • 신문게재 2013-11-25 16면
  • 박상언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박상언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
▲ 박상언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
▲ 박상언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
엊그제 토요일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인천아트플랫폼을 다녀왔다. 예전에 들렀을 때와 달리 이번에는 운영 책임자의 친절한 안내와 설명을 들으며 비교적 구석구석 둘러볼 수 있었다.

아트플랫폼은 근대 개항기 및 1930~40년대 건축물 13개 동을 리모델링하여 2009년 9월 구도심 재생을 위한 복합 문화예술매개공간으로 문을 열었다. 더 풀어야 할 숙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우리나라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상징적 쾌거 중 하나가 되었다. 창작스튜디오, 공방, 자료관, 교육관, 전시장, 공연장 등으로 이루어진 인천아트플랫폼은, 예술가들에게 3~12개월 동안 안정적이고 편리한 창작, 연구, 거주 공간을 지원함과 아울러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레지던시(residency)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술의 창작, 유통, 향유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공간으로서 예술을 매개로 한 지역 활성화를 이끌고 있으며, 앞으로 그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0월 15일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설치와 운영을 위한 조례가 대전시의회에서 의결되었다. 대전문화재단이 위탁 받아 머지않아 개관하게 될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또한 인천아트플랫폼과 마찬가지로 레지던시 창작공간인데, 그 규모는 테미센터 전체가 아트플랫폼의 큰 동 1개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 자그마한 테미센터의 문이 대전 예술사의 큰 길을 열어주는 역사적인 첫 대문이 될 것을 확신한다.

테미센터를 두고 '다른 지역 작가들에게 줄 방이 어디 있나?', '해외 작가들에게는 더 그렇지.'라든가, 심지어는 '차례를 두든지 골고루 하든지.'라고까지 한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거듭 말하지만 테미센터는 레지던시 창작공간이지 단순한 화실이나 아틀리에가 아니다.

작업실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이유로 허락되는 대관 공간은 더욱 아니다. 레지던시 창작공간이란 '국내외 예술가들이 창작·교류를 목적으로 일정 기간 머무는 공간'이며, 레지던스(residence)라 짧게 부르기도 한다. 다른 지역이나 나라의 문화와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는 레지던스는 예술가들에게 창조의 진화와 진보를 꾀할 수 있는 매우 훌륭한 기회가 된다. 자신의 붙박이 작업실을 떠나, 즉 창작 환경을 굳이 바꾸어 창조 행위의 열의와 의지를 새로이 사르는 곳이 레지던스이다. 이러한 예술가들의 이동성과 유목성이 한 지역에 어떤 낯선 의미를 구축하여 그 흔적을 남기게 되므로 레지던스에서는 곧잘 다른 지역과 해외 작가들이 주연 배우가 된다.

멀리 거슬러 오르면 레지던스는 루이 14세 때인 1663년 프랑스가 제정한 프리 드 롬(Prix de Rome)을 기원으로 한다.

이는 예술가들로 하여금 로마의 만치니 성에서 4년간 거주하면서 이탈리아의 다양한 문화유산을 체험하게 하는 포상 형식의 예술 지원 제도이다.

창작 여건과 조건을 구태여 달리 하여 익숙지 않은 인문(人文)을 견문(見聞)하고 여러 다양한 예술적 교류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창작의 새로운 동기와 의미를 모색하도록 한다.

요즘 각 지역마다 레지던시 창작공간이 대세다. 지난달에도 부산문화재단이 부산의 무지개공단 내 옛 홍티포구에 홍티아트센터를 열었다. 드디어 대전도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라는 이름의 작지만 큰 레지던스 정책을 시작한다.

소박하기 그지없는 첫 걸음인 만큼 성급한 성과를 요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경계는 그 규모 따위와는 무관한, 회임 기간이 결코 짧지 않은 예술 지원 정책의 본질이나 철학의 문제이기도 하다. 대전테미창작센터 개관을 준비하며, 건축가 피터 랭(Peter Lang)의 경구를 새삼 새긴다.

“우리는 도시의 죽음을 두려워하다 이제 죽음의 도시를 두려워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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