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호]대전 문화산업을 생각한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강병호]대전 문화산업을 생각한다

[중도춘추]강병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 승인 2013-11-20 14:00
  • 신문게재 2013-11-21 16면
  • 강병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강병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 강병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 강병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11월 22일은 6년 전 대전에 문화산업진흥원이 창립된 날이다.

필자는 2007년부터 초대, 2대 원장으로 4년간 봉사하면서 대전 문화산업의 기틀을 잡는데 노력한 사실을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 재임 중 중앙정부로부터 'HD드라마타운' 사업 885억의 예산을 확보하고, 문화기술(CT)센터의 건립을 통해 미래를 위한 인프라가 준비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10년 전 제임스 카메론 감독 3D(입체)스튜디오 대전 유치에 앞장섰던 기억도 새롭다. 당시로서는 유리한 협상조건을 유도했으나 끝내 무산된 것이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2009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 3D영화 '아바타(Avatar)'개봉을 기점으로 3D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것을 정확히 알았다면 대전시는 그의 제안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며 자연스럽게 전 세계 3D 선도 도시가 되었을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디스플레이 서치(Display Search)는 내년 세계 3D TV시장만 57조원 규모라 예측한다.

대전은 공장부지가 부족하여 제조업으로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기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다시 말해 3차 서비스 산업, 그 중에도 투자대비 일자리 창출이 가장 큰 문화산업이 필요하다. 어찌 보면 중국, 인도 등 신흥 산업국의 추격을 받는 한국의 현실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전은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야하는 개척자의 역할을 운명처럼 가지고 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대전 문화 산업의 주변에서 벌어진 일들을 되돌아 볼 때 아쉬운 점들도 있다.

첫째, 문화산업진흥원은 공조직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문화산업은 문화, 예술, 미디어, 비즈니스, 관련 기술이 융합된 전문분야이다. 지역 문화산업을 진흥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2011년 다른 지역의 문화산업진흥원장 김모씨는 재직 중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도 비근한 예다.

문화산업진흥원은 대전시 출자출연기관이며 원장은 법적으로 공무원은 아니지만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을 따라야 한다. 다른 지역 원장이 드라마 출연 등 겸업행위를 한다는 사실은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들은 바 없다. 언론을 통해 비춰진 내용, 새삼 파헤치자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원장의 겸업 행위를 위해 공조직 규정을 '이효정 맞춤형'으로 바꾸었기 때문에 추후 원장에 있어 대우와 복무규정을 다시 고려해야할 상황이 올 것은 불문가지이다. 형적인 조령모개(朝令暮改)이다. 오늘 있다 내일 없어질 조직 아닌 이상, 기관의 영속성을 위해 좋은 선례가 아니다.

시 정책당국이 가진 문화산업에 대한 가치가 필자가 보는 미래와 많이 다른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전국적으로 창조지수가 가장 높고 '대덕연구단지'가 있는 대전시에서 벌어진 일이다.

둘째, 문화산업의 혁신적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융합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문화예술과 과학기술의 융합이 실제적으로 한 장소에 실현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HD드라마타운'과 '기초과학연구원(IBS)'이 건립될 '엑스포과학공원'이 바로 그렇게 되고 있다. 대전은 이러한 융합의 시대를 맞아 문화산업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10년 전 3D 시대를 예측하지 못한 것 같이, 지금도 6년 7년 후의 융합 콘텐츠의 미래를 놓치고 있지 않는지 정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국제과학기술비즈니스벨트의 원안은 이러한 융합의 비전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지역에서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액션영상센터'나 탤런트들 얼굴 보여주기 식 '드라마 페스티벌'로는 이러한 거대 담론을 담을 수 없다. 대전 시민 미래의 먹거리를 만들 수 없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