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은 향후 미래의 중요한 먹거리 창출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한류 스타들만 봐도 알 수 있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상당하다. 물질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선진 외국에서도 문화산업에 대한 장기적 발전 정책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대전에는 2007년 개원한 대전문화산업진흥원이 선도적 역할에 나서고 있다. 대전을 우리나라의 문화산업 중심 메카로 이끌 수 있는 시발점일 수 있다. 나아가 우리나라의 문화산업이 세계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제3대에 이어 지난 1일부터 이어 제4대 대전문화산업진흥원장 임기를 수행하고 있는 이효정<사진> 원장을 만나 그동안 걸어온 길과 문화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견해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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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독서광, 연출가ㆍ제작자 꿈 이루고 배우까지…
이효정 원장은 1961년 충북 단양에서 태어났다. 위로는 누나, 아래로 남동생, 이 원장은 둘째다. 풍족하지 않은 가정형편에 사업하시던 부친이 서울로 상경을 뜻해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족이 모두 이사했다. 이 원장은 어려서부터 성숙한 편이었다. 스스로 장남에 대한 책임감을 항상 마음속에 갖고 있었던 것이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비뚤어지지 않고 목표한 대로 걸어올 수 있었던 힘이 됐다.
이 원장은 “잘은 모르겠는데 어려서부터 큰아들 노릇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머릿 속에 있었다”며 “그럼에도 그림이나 음악, 연극 등 예술에 대한 관심은 무궁무진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원장은 현재 시력이 좋지 않다. 어려서 활자 중독에 이를 정도로 많은 책을 읽은 탓이다. 중학교 때에는 그림도 그려보고, 음악도 해보려고 기웃거렸다. 문화예술에 대한 다양한 소질과 꿈은 고등학교 때 비로소 눈을 떴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깨달음이 있었던 것이다. 이 원장은 “고등학교 때 '진정한 나의 재능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며 “이야기를 만들어 음악이나 미술을 섞어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보여주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란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영화연출을 전공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원장은 “당시 영화계 거장이셨던 유현목 선생님과 연극계 전설이었던 안민수, 이진수 선생님이 동국대에 계셔 다른 생각하지 않고 지원했다”며 “선택에 대해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 원장도 자식 교육 방침으로 절대 먼저 앞길을 제시하지 않고 배경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본인처럼 스스로 찾은 재능이 자기 인생이기 때문에 자식들도 그렇게 성장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이 원장은 대학 졸업 이후 영화제작사와 TV드라마 제작사도 경영하면서 20여편의 드라마를 제작하기도 했다. 대학을 다니면서 등록금 마련을 위해 시작한 배우활동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대전과의 인연, 대전문화산업진흥원장, 연임에 이르기까지…
이 원장은 대전과 인연을 맺기 전에는 그다지 알지 못했다. 예전부터 유명했던 대전역의 '가락국수' 정도를 기억할 뿐이었다. 그런 그가 대전시의 프러포즈를 받고 2011년 대전문화산업진흥원장에 취임했다.
이 원장은 “대전은 근대화시설물뿐 아니라 최첨단 과학시설, 3대 하천이 도심을 가로지르는 등 거대한 세트장을 조성한 듯한 도시”라며 “30여년간 국민이 주신 사랑에 보답하는 마음과 우리 미래 세대들에게 먹거리를 창출해주고, 우리나라가 조금 더 업그레이드 될 수 있도록 작지만 기여를 하고 싶어 원장을 수락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원장은 취임 이후 많은 힘겨운 시간을 감내했다. 드라마 출연에 따른 업무공백 주장, 대전문화산업진흥원 내부의 내홍 등 각종 음해성 루머와 투서 등으로 시민사회단체의 사퇴 요구가 끊이지 않은 것이다.
지난달 이사회에서 연임이 결정된 이후에도 적지 않은 자진사퇴 요구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서운한 감정이 많았지만 이 원장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세간에 떠도는 각종 의혹 제기에 대해 떳떳했던 만큼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이 원장이 지난달 자진사퇴를 요구한 시민단체를 찾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이 원장은 시민사회단체에 이해를 구하고 협력해 달라는 소통의 의미로 대전의 문화산업진흥을 위한 자신의 진심을 알아달라고 했다.
이 원장은 “첫 임기 취임부터 지금까지 각종 논란의 중심에서 힘든 고난의 시간을 보냈지만 목표 달성을 위해 감내할 수 있다”며 “충격을 받은 자식들에게 '시간이 지나면 아빠가 보낸 인고의 시간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한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하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대학에 다니는 딸과 아들, 중학교 3학년인 막내딸까지 1남 2녀를 두고 있다. 이제껏 자식들에게 인생에 대해 '어느 길로 가라'고 강요한 적이 없다. 스스로 자기 인생을 찾듯, 자기 재능도 찾아내야 한다는 신념이 강하기 때문에 “부모로서 배경 역할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번째 도전, '현관 만큼이라도 깨끗하게 치우고 싶다'
이 원장은 2011년 첫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지난달 연임이 결정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애초부터 기관장이란 자리를 하리라 생각을 못했지만 지난 2년간 추진했던 사업이나 계획이 물거품되거나 아니면 후임자가 또 다른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간이 낭비될 수 있다는 판단을 우선했다.
이 원장은 “지난 2년 동안 손을 댔던 것들을 완벽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 정리를 하기 위해 '집에 들어가는 현관만이라도 깨끗이 해야 다음 사람이 편안하게 들어올 수 있다'는 판단에 연임 의사 밝혔고 이사회의 추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또 “각종 도시발전 시책 중 문화예술이 도시의 선진화, 발전의 구동력이 되는 것은 많이 알려진 만큼 대전시도 문화산업이 현재 또는 미래의 중요한 먹거리 창출 수단이 될 수 있고,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며 “지난 2년간 대전영상산업 발전의 초석을 놓았다면 앞으로는 구체화된 사업으로 대전시민의 미래 먹을거리 창출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화산업 분야가 창조경제의 핵심일 수 있지만 워낙 방대한데다 예산이 한정돼 있다”며 “균등한 만족을 포기하는 대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가장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거대한 시설 활용 극대화, 시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터
이 원장은 대전문화산업진흥원이 시민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서야 하는 이유에 대해 역설했다. 또 대전의 문화산업이 어떻게 발전해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대전문화산업진흥원은 모든 영상산업의 출발점이 되는 스토리센터는 물론 지난주 문을 연 액션영상센터, 내년에 조성될 HD드라마타운 등 거대한 기존 시설들의 활용을 극대화하고 널리 알릴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원장은 “액션영상센터나 HD드라마타운 등 전체 시설이 유기적으로 운영되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영상제작단지로 거듭나야 한다”며 “미래 세대의 주요한 먹거리는 서비스산업과 관광산업, 여기에는 문화산업도 포함되는 만큼 대전에 있는 거대한 시설에서 창출되는 수익을 발빠르게 자원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거대한 영상제작단지에서 가동률이 60~70%만 되도 수십명의 스타가 대전에 체류하고, 조역까지 포함하면 수백명에 달할 수 있다”며 “대전하면 항상 한류스타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우리나라의 관광지도를 바꿀 수 있다”고 의지를 전했다.
이어 “문화산업에 있어 지리적, 지역적으로 대전의 역할이 중요하고, 대전이 그 역할을 해야한다”며 “현재 수도권에 90% 이상 집중돼 있는 각종 인프라를 인위적, 정책적으로라도 대전으로 옮겨야 하고 이렇게되면 원도심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주 개최됐던 제2회 대전드라마페스티벌과 에이판 스타 어워즈(APAN STAR AWARDS)에 대해서는 강한 자긍심은 감추지 않았다. 지난해 1회 대회는 급하게 준비한 만큼 어설픈 부분도 있었지만 세간에 화제를 불러왔고, 업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올해 대회는 2년차에도 불구하고 명실상부한 전국행사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는데 만족하고 있다. 실제 시상자나 수상자 등 여러 스타가 대전을 찾으면서 관객,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켰고, 대전을 대표하는 큰 축제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대전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단순한 1회적 소비가 아닌 대전의 발전은 물론 영상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발빠르게 궤도에 진입한 것은 성공적이고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마지막으로 이 원장은 대전 시민들에게 감사의 마음도 전했다.
이 원장은 “그동안 시민들과 많은 얘기를 한다고 했는데 많이 부족한 것 같고, 대전문화산업진흥원이 개원한지 7년째 접어든 만큼 역할이 커질 때”라며 “시민들의 실질적 경제적 혜택이나 문화가 창궐하는 도시 이미지 역할을 하는 기관이라는 인식을 확산하는데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일에 대한 두려움보다 오늘에 집중하면서 대전시를 업그레이드하는데 최선을 다해 견인차 역할을 해보겠다”며 “단지 대전만을 위한 것이 아닌 내일의 우리 아이들이 끌고나갈 우리나라를 위해 대전을 선택한 만큼 믿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대담=이영록 기자
●이효정 원장은
▲학력=1989년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졸업, 2010년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수료, 2011년 경희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2011년 한국생산성본부 최고경영자 수료 ▲경력=1983년 KBS 공채 10기 탤런트 선발, 1997~1999년 영상제작사 드림컴 창업(대표이사), 2003~2009년 드라마 기획 및 제작 JS픽처스(부사장), 2010~2012년 한국방송연기자협회(이사장), 2011년 한국대중문화예술인단체총연합회(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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