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에 따르면 올 1~7월 경찰에 접수된 전화금융사기 건수는 2625건이며, 피해액은 268억원이라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지난 1일에는 우리 파출소 관내에 살고 있는 조모(74) 할아버지도 전화금융사기 피해자가 될 뻔했다.
“천안경찰서 형사인데 사건을 수사 하다 보니 우체국 통장 계좌번호가 범죄에 연루됐으니 돈을 보호하려면 농협 통장으로 입금시켜야 한다” 면서 “2000만원을 즉시 농협으로 송금하면 돈을 안전하게 관리해 주고 사기꾼들이 돈을 못 빼내 가게 해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운 좋게도 할아버지가 사기범이 일러준 예금주 명의를 잘못 듣고 적어오는 바람에 송금이 안 됐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파출소를 찾아 보이스피싱에 속아 날려 버릴뻔한 2000만원을 지킬 수 있었다.
농촌지역에 주춤했던 전화금융사기가 또다시 극성을 부리는 이유는 농촌 노인들의 경우 전화사기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많고 이런 범죄에 대응능력이 젊은층이나 도시 사람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또 서산테크노밸리, 해성산업단지 조성 등 토지개발예정지역 농민들이 보상금을 받았다는 정보를 미리 알고 무차별 전화세례를 퍼부어 상대적으로 금융정보에 취약하고 신문과 방송을 접하는 기회가 적어 범죄 성공확률이 높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경찰에서도 전화금융사기범죄에 대한 집중단속과 홍보를 계속하고 있지만 전화금융사기범죄를 모두 막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다.
농촌지역 금융사기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의심스런 전화를 받았다면 송금에 앞서 관할 지구대, 파출소 또는 112번으로 신고하거나 전화내용에 관련된 기관에 직접 문의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또 금융기관에 가서도 갑자기 많은 돈을 송금하게 된 이유도 창구 직원에게 사실대로 설명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아울러 계좌이체를 했을 땐 금융기관에 지급 정지 신청, 전화 금융사기 계좌등록, 입금 정지 등 필요한 조치도 함께해야 한다.
금융기관에서도 농촌지역 금융사기범죄를 막기 위해 매뉴얼에 따라 수취계좌 은행 확인, 지급정지 요청 등 사기범들이 돈을 찾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범행을 막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보이스피싱으로부터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세상이다. 농민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는 전화금융사기를 막기 위해 온 국민의 관심이 필요할 때다.
임무기·서산경찰서 성연파출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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