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작품으로 진지한 평가회… 두 분의 열정 기억해”

“중학생 작품으로 진지한 평가회… 두 분의 열정 기억해”

  • 승인 2013-11-12 14:03
  • 신문게재 2013-11-13 9면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중도초대석]제자들과 '사제동행전' 가진 박명규-이명자 화백 부부

●제자가 기억하는 스승은…

40여년전 까까머리 학창시절 제자가 기억하는 스승은 어떤 모습일까? 박명규 화백이 1968년 교단에 부임해서 만난 첫 제자 김용수씨(59ㆍ논산중 19기ㆍ조각가)가 '사제 동행전'에 참여하며 쓴 글을 지면에 옮겨본다.<편집자 주>

▲1971년 논산중 교사시절 미술반원들과 함께 한 박명규 화백.
▲1971년 논산중 교사시절 미술반원들과 함께 한 박명규 화백.
'그림을 억지로 하지마라,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느니라.' '기다림은 아름다움을 잉태하는 과정이다.'

이것이 내가 중2때 선생님의 첫 부임지였던 논산중학교에서 박명규 선생님께 들은 말입니다. 그랬기에 미술반 활동은 자율이었고 늘 평화였습니다.

돌아보니 세월은 지나간 흔적도 없는데, 스승은 고희를 넘고 그 제자들 머릿결도 어느새 서리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제 그 스승과 제자들이, 한길을 걸어온 자취를 모아 정을 나누는 기회를 갖게 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더욱이 사모님이신 이명자 선생님의 제자들과 함께 전시회를 여니, 옛날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 시절 이명자 선생님은 이웃한 논산여중고에 재직하셨습니다. 선생님은 들국화처럼 청초하고 조용하셨는데 박 선생님과 교제중이셨습니다. 가끔 주말이면 두 학교 미술반 학생들이 모여 야외사생을 다녔습니다.

사생이 끝나면 학교로 돌아와 공동평가회를 했는데, 두 분의 품평은 매우 진지하셨습니다. 돌이켜 생각하면,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격높은 품평회를 가졌다는 것은, 두분의 작품에 대한 열정이 그만큼 컸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피는 혈육으로 잇고, 정신은 제자가 잇는 것이니, 스승과 제자의 정신이 살아있으면 그 나라 학풍이 살고 학맥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승과 제자의 인연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니, 스승없는 제자는 외롭고, 제자 없는 스승 또한 초라함을 면치 못합니다. 그런 점에서 두 분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은 많은 제자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두 분의 정신이 살아있다는 증표요, 본보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일생을 두고 한 길을 간다는 것은 축복이기도 하지만, 고통 또한 동반합니다. 현실은 팍팍하고 이상은 멀리 있습니다. 더욱이 한 나라의 정신사 한 켠을 세우는 일은 생각처럼 녹록지 않은 일입니다. 두 분 선생님은 이 길에서만 꿋꿋이 초지일관하셨으니, 화가로서도 스승으로서도 성공한 삶이 아닌가 합니다. 두 분 선생님 만수무강하소서! <김용수 올림>

--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대전시 서구 둔산동 LH아트갤러리에서 열린 '사제 동행전'에는 박-이 부부의 작품과 함께 두 사람이 교단에서 길러낸 제자들의 작품이 나란히 전시됐다. 권현칠, 김기권, 김용수, 김재송, 김한연, 김훈곤, 남궁영, 박향순, 백향기, 송미경, 오재옥, 유경자, 윤애수, 이상숙, 임란, 임용운, 정연호, 정우경, 조선영, 최명옥 씨(이상 가나다순) 등 20명이 참여해 다양한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제자들과 함께~
<br />이명자 화백의 논산여중 시절 첫 제자 남궁 영씨와 충남여고 시절 제자 임용운, 유경자씨, 박명규씨의 논산중 시절 첫 제자 김용수씨가 ‘사제동행전’ 마지막날이었던 지난 7일 ‘한턱 쏘겠다’는 박-이 부부의 초대로 서구 둔산동의 한 음식점에 모였다. 이들 부부는 “제자들이 잘해서, 제자들 덕분에 오늘의 전시회를 열 수 있었다”며 '잘 가르치지도 못했는데 한없이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로 제자들에 대한 애틋하고 대견한 마음을 표했다. 이날 스승과 제자 모두 회상에 젖은 가운데 제자 남궁 영씨는 '미술반 시절 미술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이 선생님과 함께 대전에 왔을 때 한밭식당에서 사주셨던 국밥과 큼지막한 깍두기가 지금도 생생하다'며 그 시절의 아련한 추억 한토막을 풀어내기도 했다.
▲제자들과 함께~
이명자 화백의 논산여중 시절 첫 제자 남궁 영씨와 충남여고 시절 제자 임용운, 유경자씨, 박명규씨의 논산중 시절 첫 제자 김용수씨가 ‘사제동행전’ 마지막날이었던 지난 7일 ‘한턱 쏘겠다’는 박-이 부부의 초대로 서구 둔산동의 한 음식점에 모였다. 이들 부부는 “제자들이 잘해서, 제자들 덕분에 오늘의 전시회를 열 수 있었다”며 "잘 가르치지도 못했는데 한없이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로 제자들에 대한 애틋하고 대견한 마음을 표했다. 이날 스승과 제자 모두 회상에 젖은 가운데 제자 남궁 영씨는 "미술반 시절 미술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이 선생님과 함께 대전에 왔을 때 한밭식당에서 사주셨던 국밥과 큼지막한 깍두기가 지금도 생생하다"며 그 시절의 아련한 추억 한토막을 풀어내기도 했다.


▲1984년 금산여고 교사시절 미술반과 함께 한 이명자 화백
▲1984년 금산여고 교사시절 미술반과 함께 한 이명자 화백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3.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