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택]소통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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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택]소통은 계속된다

[중도프리즘]김호택 연세소아과 원장

  • 승인 2013-11-10 13:21
  • 신문게재 2013-11-11 17면
  • 김호택 연세소아과 원장김호택 연세소아과 원장
며칠 후 경기도에서 열리는 한국로타리연수회에서 '디지털 로타리'라는 제목의 주제를 발표하라는 숙제를 받았다. 한국로타리에서 처음 시도하는 주제이기에 준비하는 과정에 책임감과 중압감이 컸지만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소통'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스레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1905년에 태어난 국제로타리의 나이는 108세다. 그동안 '당 시대로서는' 혁신이었던 새롭고, 다른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는 많은 일을 했다는 영광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렇지만 과거의 영광이 지금 밥 먹여 주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기업과 단체가 그러했듯이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고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언제든지 도태될 수 있다. 대부분 아날로그 세대인 로타리 지도자들이 디지털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를 이 제목에서 읽을 수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디지털 로타리라는 제목은 지금 어린 아이들이 30년 후에 봉사의 의미를 알고 그 행렬이 동참하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지금 세대와 소통이 가능하도록 '우리가' 변화하고 다가가자는 의미다.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이 소통의 첫걸음이라는 뜻이다.

며칠 전에 금산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서울의 구로구 다문화센터 회원 30여명이 금산군 다문화센터를 방문했다. 방문 목적은 요즘 '6차 산업'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체험활동이었고, 이들은 금산에서 인삼 다음으로 유명한 깻잎을 밭에서 직접 따서 자신의 종이박스에 담았다. 스스로 딴 깻잎을 재료로 장아찌로 만들어 저장해서 먹을 수 있도록 했고, 예쁜 인삼병에 인삼을 담고 술을 부어 가져가며 어린아이들처럼 좋아했다.

그들이 내린 전체적인 평가는 '가격 대비' 최고라는 것이었다. 이 활동을 주관한 금산의 다문화자조모임은 소요되는 최소의 경비를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내년 봄부터는 이 6차산업을 확대해서 자신들의 수익 모델 중 하나로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 방문자와 초청자 모두가 만족했고, 서울과 시골 금산의 다문화 가정은 서로 소통하고 있었다.

다문화가정끼리 방문하고 손님 접대하며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다문화정책이 탈무드에 나오는 얘기대로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문화 가정이 변하고 있다. 적어도 금산에서는 그렇다. 다문화가정 가족들이 스스로 자조모임을 만들고 다문화센터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홀로서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 다문화협동조합(이후 다협)을 만들어 조합원의 관계로 단합해서 스스로 잘 살고 또 세상을 위해 뭔가 보람된 일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결속력 또한 대단하다. 다문화 협동조합의 간부 모임에 초청받아 참석한 적이 있는데, 5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집행부와 각 읍면 책임자들만의 모임에 이만한 인원이 모였다면 대단히 많은 것이다. 금산군 전체의 다문화 가정이 500가구이기 때문이다.

다협 회원들은 금산에서 적은 자본으로 가장 먼저 시작할 수 있는 사업으로 깻잎농사를 선택했다. 많은 지주들이 이들의 취지를 이해하고 선뜻 저가로, 혹은 후불로 땅을 빌려주었고, 이들은 며칠 전까지는 밭에서, 그리고 이제부터는 비닐하우스에서 깻잎을 농사짓고 있다.

지금은 깻잎농사만 짓고 있지만 처가쪽 인맥을 동원해서 베트남 등지에서 사업을 하고자 하는 큰 꿈도 갖고 있다. 기업 비밀이라 내용은 아직 공개하지 못한다.

지난 주 금산에서는 수학능력시험장에서 학부모, 선후배, 그리고 지역의 어른들이 시험장 정문 앞에 모여 북 치고 큰소리로 격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전 7시부터 한 시간 동안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에도 불구하고 교육장과 경찰서장, 그리고 고위직 공무원들도 합세해서 시험 잘 보라고 응원해주었다. 금산로타리클럽 회원들은 플래카드 들고 나와 '당신의 잠재능력을 믿는다'며 격려해 주었다.

수험생과 응원하는 사람들 사이에 그동안 공부한 노력이 커다란 성과로 나타나기를 바라는 한 마음의 소통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마음을 나누는 소통은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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