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원공사 중인 뾰족집 모습. |
한밭문화마당은 학창시절 교사가 되고 싶었던 꿈을 이루지 못했던 평범한 주부인 내 삶에 찾아든 행운의 기회였고, 매주 진행되는 수준높은 강의와 대전 토박이인 내게도 생소했던 대전의 문화유산 답사는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참여할 수밖에 없는 열정을 갖게 했다. 모든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첫 방문한 학교에서 긴장하며 첫 수업을 마쳤던 감격은 잊을 수가 없다.
이 단체에서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새긴 소중한 추억들로 충분히 행복하지만 이제는 개인의 즐거움과 만족이 아닌, 이 지역사회에서 내가 받은 많은 것들을 돌려주고 싶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이 문화재돌봄사업단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들었다.
올해까지 2년째 대전시로 부터 '문화재돌봄사업'을 위탁받아 돌봄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문화재를 정기적으로 찾아가 보존 상태를 파악하고 있다. 또 신속한 경미보수로 문화재 보수예산을 절감하고 재해나 위험요소를 사전에 파악하여 피해를 방지하는 돌봄사업은 중요하고 가치있는 활동 중 하나다.
대전지역의 문화재 돌봄사업 관리대상 68곳(지정, 비지정문화재 포함) 중 근대문화유산 14곳이 등록문화재로 관리대상에 포함되어 있고 옛 산업은행대전지점(현 다비치안경점)도 그 하나다. 매각과 헐릴 위기에 놓였던 이 건물을 대전시가 매입하고 시민들의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청원서를 한밭문화마당과 몇몇 문화단체에서 올렸지만, 결국은 다비치안경점에서 매입해 버리는 아쉬운 결과를 낳았다.
1920년대에 지어진 건축물로 대전에서 개인 소유 주택으로는 가장 오래된 근대건축물인 뾰족집이 있다. 일본식 가옥구성에 서양의 근대 건축 문화를 받아들인 절충형의 특성이 잘 나타나는 이 건축물은 다다미방이 그대로 남아있는 등 건축학적 가치가 커 대전 근대건축물을 이야기할 때마다 등장하지만 아쉽게도 무단철거를 당해 모텔과 원룸사이 비좁은 공간에 옮겨져 숨은 듯 자리하고 있다.
좁은 골목을 돌고 돌아 찾게 되는 뾰족집은 너무 가까이 인접해 있는 건물들로 인해 제대로 된 전경사진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다. 앞집 어르신께 양해를 구하고 장독대 위에 올라 카메라에 담아 본 들 별반 다르지 않다.
담장을 두를 공간조차 부족한 곳에 어울리지 않게 불청객처럼 위치한 뾰족집의 상황이 너무도 속상하고 안타깝다. 이런 상황을 짐작치 못한 것은 아니었는데, 왜 좀 더 깊게 고민하지 못하고 우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는지, 뒤늦은 후회와 아쉬움이 밀려든다. 돌봄사업 관리대상인 이 건물의 복원과정을 지켜보며 카메라에 담는 의미 있는 일이 오히려 마음을 무겁게 한다.
80년간의 대전시대를 보내며 충남발전을 이뤄낸 충남도청이 지난해 말 내포신도시로 이전함에 따라 충남도청과 관사촌의 활용방안도 숙제로 남아있다. 지역민들의 무관심을 아쉬워하기 이전에 한밭문화마당 뿐 아니라 이제는 대전의 문화단체들이 더욱 현명하고 지혜롭게 고민하고, 같은 생각과 같은 방향을 보고 한 목소리로 마음을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최연숙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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