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비들의 풍류음악 전승 위해 '향제줄풍류' 24년째 정기연주회

옛 선비들의 풍류음악 전승 위해 '향제줄풍류' 24년째 정기연주회

정악 악기중 현악기 '양금' 중심… 명맥 잇기 위해 1991년 자발적 창립

  • 승인 2013-11-07 14:10
  • 신문게재 2013-11-08 10면
  • 정명자 객원기자정명자 객원기자
●[객원기자-그 곳에 가면 사람이 있다] 12. 한밭정악회 이후영 회장

▲ 이후영 한밭정악회장
▲ 이후영 한밭정악회장
하늘이 가을빛을 토해내던 10월의 주말, 지난달 12일 오후 송준길 선생의 별당인 대덕구 송촌동 동춘당(同春堂)엔 음악이 가득했다. 동춘당 중수기념으로 열린 작은 음악회의 선율은 한옥과 멋스런 조화를 이루며 사람들 마음으로 들어가 음악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고, 한밭정악회 이후영 회장을 통해 대전의 향제줄풍류에 대한 궁금한 이야기들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향제줄풍류는 궁중에서 행사나 제례에 사용하던 음악인 정악이 지방으로 전해져 선비들이 마음을 수련하고 서로 친분을 쌓기 위해 다듬어진 음악이다. 전국 각 지역으로 전승되어 발전된 풍류음악은 그 지역의 지역색을 띠게 되었고 정악 악기 중 현악기가 중심이 되는 음악이 향제줄풍류다.

그 중 대전은 현악기 중에서도 양금이 중심이 되는 특징을 가진다. 이후 1960년대까지 발전하였으나 산업화를 만난 풍류 음악은 외래 음악에 밀려 쇠퇴하게 되고 1980년대 연정국악원이 생기면서 자발적인 모임의 풍류음악은 그 명맥이 잠시 끊어지게 된다.

그러한 명맥을 잇기 위해 1991년 한밭정악회가 창립되어 일반인들이 자발적으로 풍류음악을 즐기고 연주하는 모임으로 오늘날까지 운영되고 있다. 매년 1회씩 열리는 정기 연주회는 올해로 24회째를 맞아 시민들과 함께 선비들의 풍류를 즐기려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 한밭정악회가 주최한 향제줄풍류 행사가 지난달 12일 동춘당에서 열렸다.
▲ 한밭정악회가 주최한 향제줄풍류 행사가 지난달 12일 동춘당에서 열렸다.
일반인들에게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정악의 멋에 대한 물음에, 쉽고 친숙한 민속악이 힘을 발산하는 역할을 한다면, 정악은 마음을 안으로 불러들여 정리하는 수렴의 역할을 하는 음악이라고 한다. 그래서 정악의 멋을 제대로 알고 느끼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며 음악을 느끼기 위한 과정들이 수련의 과정과 닮아 선비들이 이 음악을 어떻게 즐겼을지 생각하게 해준다.

어려움이나 염려스러운 점에 대한 물음에, 한밭정악회를 이끄는 단원들은 국악연주자를 비롯해 교사, 주부, 직장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나 이들의 평균나이가 50세를 넘어 앞으로 이 음악을 이어줄 젊은이들이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흔히 대전을 선비의 고장이라 칭한다. 많은 선비들이 수신을 위해 무엇을 했을지, 그들은 어떤 여유를 즐겼을지, 그리고 어떻게 사람들을 만났을지에 대한 물음에 대전지역만의 '향제줄풍류'라는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대전이 풍류를 아는 멋진 선비들의 고장이었음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정명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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