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높은 하늘위에 부모님을 그리다

저 높은 하늘위에 부모님을 그리다

보문산 무소동에 있는 권이진의 고택 삼근정사는 대전서 유일한 시묘 건물

  • 승인 2013-11-07 14:10
  • 신문게재 2013-11-08 10면
  • 정연숙 객원기자정연숙 객원기자
●[객원기자-대전의 문화유산] ④ 대전의 건물-유회당(有懷堂)

▲ 유회당 권이진의 고택으로 들어가는 충효문.
▲ 유회당 권이진의 고택으로 들어가는 충효문.
하늘 아래 근심 없는 마을이라 일컬어지는 무수동(無愁洞)은 대전시 중구의 보문산 남쪽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곳에 대전의 인물 중 한 분인 유회당 권이진의 고택이 있다.

권이진(1668~1734)은 본관은 안동, 자는 자정, 호는 수만헌, 유회당이다. 만회 권득기의 증손이며 탄옹 권시의 손자, 우암 송시열의 외손이며 명재 윤증의 문인이다.

영조 4년에 이인좌의 난을 수습한 공으로 원종공신1등에 녹훈되었다. 호조판서로 임명 되었을 때 궁중에서 민간의 전답을 매입하지 말 것과 공물을 정액 이상으로 거두지 말 것 등을 건의할 만큼 강직하였다.

유회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충효문은 권이진 선생의 삶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충효문에 들어서면 작은 연못 활수담(活水潭)에서 물고기들이 떼지어 헤엄치며 노니는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생동감을 갖게 한다. 활수담에 놓여진 다리를 건너면 “부모를 생각하는 효성스러운 마음을 늘 품고 싶다”는 뜻을 담고 있는 유회당(有懷堂)에 이른다.

유회당은 앞면 4칸, 옆면 2칸 건물로 앞면과 양쪽 면에 돌려진 툇마루가 있고 가운데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온돌방을 배치하였다. 대청은 우물마루(짧은 널을 가로로 긴 널을 세로로 놓아 '井'자 모양으로 짠 마루)로 이뤄져 있다. 대청의 천장은 서까래가 들어나 보이는 연등천장으로 이루어져 있어 여유로움과 멋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온돌방 좌우에는 구시재(求是齋)와 불기재(不欺齋)라는 현판이 있다. 구시재는 만회 권득기의 십자훈(十字訓)인 每事必求是 無落第二義(매사필구시 무락제이의), '모든 일은 반드시 옳은 것을 구하고 의롭지 않은 일에 빠지지 말라'는 뜻을 담고 있다.

▲ 유회당 현판.
▲ 유회당 현판.
대청마루에 잠시 몸을 기대고 앉아 보았다. 그리고 먼 곳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주 가까운 이 곳을 필자는 아주 멀리 보고 있다. 함실 아궁이, 주춧돌, 툇마루,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독서를 게을리 하지 않고 교육을 위해 애썼던 흔적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유회당을 돌아 올라가니 장판각과 삼근정사(三近精舍)가 점점 가까워 왔다. 장판각은 앞면 3칸, 옆면 2칸의 맞배지붕이다. 원래는 사당(祠堂)으로 사용하다 후에 후손들의 강학처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삼근정사는 선친 권유의 묘, 담 옆을 흘러가는 시냇물, 시냇물 옆에 우거진 철쭉과 함께 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대전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시묘 건물이다. 시묘란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상복을 입고 3년 동안 묘 옆에 여막을 짓고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처럼 모시는 것이다.

2003년으로 기억된다. 인간극장에 시묘살이 하는 분(유씨)이 방송되었던 적이 있다. 유씨는 “효도는 건강하게 자라고, 공부 열심히 해서 부모님의 마음을 편하고 즐겁게 해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를 늘 가까이서 모시기를 바라는 유회당의 마음과 후손을 교육시켰던 이곳을 많은 사람들이 와서 배우고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정연숙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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