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업제의 툇마루에 앉아서 정면을 바라보면 겹겹의 산등성이가 아득하게 펼쳐진다. 그 풍경을 보고 있으면 마치 '공부란 산 너머 산인 것처럼 힘들게 보여도 참고 또 참으며 계속 하다보면 언젠가 즐거움을 깨닫는 날이 온단다' 하고 내게 속삭이는 것만 같다. 아침저녁으로 산 너머 산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이곳에서 공부했던 자녀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후대에 누가 나의 고충을 알아주랴'고 하며 자녀 교육에 애썼던 유회당 선생의 심정을 잠시 헤아려 본다.
나는 어렸을 때 “젊었을 때 부지런히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후회한다”는 말을 소홀히 여겼다. 나이가 들수록 공부의 필요성을 느껴 오십이 다 되어 공부를 시작했더니 공부에 재미가 붙어서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열심히 공부했더라면 내 삶이 얼마나 윤택해졌을까 싶다. 그때는 왜 그리 공부가 하기 싫었던지….
문득 거업제의 툇마루가 그리워진다. 상수리나무에서 떨어지는 도토리가 데굴데굴 굴러가는 산길을 따라 걸어가서 아스라이 펼쳐지는 겹겹의 산등성이들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다.
정애령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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