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하루 전 세등선원 가보니… 새벽 법당 가득채운 '어머니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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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하루 전 세등선원 가보니… 새벽 법당 가득채운 '어머니의 기도'

  • 승인 2013-11-06 17:43
  • 신문게재 2013-11-07 6면
  • 유희성기자유희성기자
수험생을 둔 어머니들이 서구 탄방동 세등선원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수험생을 둔 어머니들이 서구 탄방동 세등선원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6일 오전 9시.

고3 수험생을 둔 어머니들이 대전에서 가장 많이 찾는다는 서구 탄방동 세등선원(世燈禪院). 겉으로는 고요함과 적막함이 사찰을 감싼 듯 있지만, 입구에서부터 긴장감이 느껴졌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대전 도심에 있는 이 사찰에 차분한 색깔의 옷을 입은 여성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고3 수험생을 둔 어머니들이다. 고3 못지않게 입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어머니들에게도 이날은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단 하루다.

하나같이 입구에서 두 손을 모으고 합장한 후 사찰로 들어섰다. 자신들이 수능에 응시하는 당사자인양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어머니들의 종종걸음을 뒤따랐다.

고교 교실 3개 정도를 합쳐놓은 정도의 법당이 나타났다. 새벽부터 온 학부모들로 이미 가득 차 있었다.

법회 시작 시각보다 일찍 온 학부모들은 저마다 자녀의 사진과 법전을 앞에 두고 절을 시작했다. 가만히 엎드려 두 눈을 꼭 감고 간절히 기도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방석과 방석 사이의 틈이 없을 정도로 촘촘히 깔렸는데도 법당 입구에서부터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절을 하고 기도할 때마다 불편하지만,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았다.

법회를 지켜봤다.

법당에 늦게 온 한 학부모가 옆에 앉아 법전을 보여줬다. 한 시간가량 진행된 법회는 경건했고 그 어느 때보다 간절했다. 법회가 끝나고 한 두 명씩 법당을 나가기 시작했다.

자리를 뜨던 우모(52)씨에게 심정을 물었더니, “그냥 그래요. 몰라요 몰라요”라며 웃음을 보이며 떠났다. 물론, 대부분의 학부모는 다시 자세를 고치고 기도를 이어갔다.

점심때가 훌쩍 지나도 '어머니의 기도'는 계속됐다. 학부모 2명이 '수능 고득점' 기원 떡을 내놓으며 잠시나마 다른 학부모들과 '내일'의 걱정을 나눴다.

나모(47)씨는 “진짜 잘 봐야 돼요. 밥 생각도 없고 저까지 조마조마해요”라고 말했다.

기도는 또다시 이어졌다. 내일 아침까지 이어갈 기세였다. 오후 1시가 넘어가자, 하나 둘 일어섰다. 자녀가 초조하거나 긴장하지 않고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자녀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미처 답안을 다 작성하지 못한 수험생처럼 아쉬운 얼굴로 깊은 숨을 쉬며 걷는 학부모들.

삼삼오오 모여 후련한 듯 담소를 나누는 이들. 대웅전 앞에 다시 서서 기도하는 학부모들.

고3 수험생을 둔 어머니의 한결같은 모습이다.

유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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