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올해는 태풍도 비껴가고 병충해 피해도 많치않아 대풍년이다. 그래서인지 수확철을 맞은 농부들의 손놀림도 가벼워보인다.
옛 속담에 '농작물은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했다. 농민들이 이른 새벽부터 깜깜한 저녁까지 부지런히 논밭에 나가 곡식을 가꾼 수고의 보답으로 만끽할 수 있는 수확의 기쁨.
그런데 요즈음 농민들이 한해 노고의 대가인 농산물을 대상으로 한 절도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몇 년 전 시골 파출소장으로 근무 할 당시의 일이다. 심야시간 순찰을 하는데 시골 농로 길에서 80대 노부부가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게 아닌가. 순찰차를 세우고 할아버지에게 사연을 물어보았다. 낮에 고추를 길가에 널어 건조시킨 후 고추가 너무 무거워 집으로 옮기지 못했는데, 고추 도둑들이 들끓는 통에 그냥 둘수 없어서 한데잠을 잘 수 밖에 없다는 하소연이다. 한 지역의 치안책임자로서 도저히 얼굴을 들을 수 없었다.
이후 관내 이장단 등 기관단체 회의에서 목격담을 전하며 지역농협과 이장단의 협조로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10대를 설치하게 됐고 몇 건의 농산물 절도사건을 해결 할 수 있었다.
농민들의 한해 노고가 허무하게 도둑맞는 일이 없도록, 농촌지역에 CCTV를 확대 설치하고 효율적인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날이 갈수록 대범해지고 무차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농산물 절도를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박용배·논산경찰서 정보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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