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락당한 조달청 입찰 시스템 '7천억이 줄줄'

  • 사회/교육
  • 법원/검찰

농락당한 조달청 입찰 시스템 '7천억이 줄줄'

서류파일 교체수법 3년간 공사낙찰… 위탁관리업체?건설사 직원 무더기 구속

  • 승인 2013-10-30 17:58
  • 신문게재 2013-10-31 5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조달청 입찰 프로그램을 조작해 7000억원이 넘는 공사를 낙찰받은 건설사와 프로그램 관리자가 무더기로 기소됐다.

대전지검 특별수사부(부장 이정오)는 특정 건설사가 입찰심사를 통과할 수 있도록 조달청 서버에 저장된 입찰서 파일을 교체해준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및 배임수재 등)로 서모(37)씨를 구속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조달청 입찰프로그램 위탁관리 업체 직원 서씨와 공모해 조달청 입찰심사 업무를 방해한 3개 건설업체 관계자 6명도 적발해 주도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김모(43)씨 등 4명도 구속기소하고, 2명은 불구속으로 기소했다.

서씨는 2010~2012년 건설사 직원들의 부탁을 받고 조달청이 발주한 건설공사 14건(낙찰금액 7467억원)의 입찰심사 과정에서 심사에 통과할 수 있게 프로그램에 접속해 입찰서 파일을 교체했다. 14건 중 실제 낙찰된 건 모두 4건이며, 서씨는 그 대가로 8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서씨는 입찰심사에서 탈락이 예상되는 건설업체들과 결탁해 사전에 입찰결과를 알려주고, 입찰심사 통과가 가능한 입찰서 파일로 교체해주는 수법을 썼다.

결국, 개찰과정에서 입찰금액이 공개되지 않는 허점을 이용해 건설사들이 입찰심사 프로그램 관리자를 매수해 공사를 낙찰받은 새로운 유형의 범죄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서씨와 범행을 주도한 A 건설 부장 김씨는 서면-근남 국도건설공사(낙찰금액 1228억원) 입찰심사 통과 등을 대가로 서씨에게 3000만원을 건넨 혐의다. 이 과정을 모두 보고받은 A 건설 토목사업본부장과 상무 등도 구속됐고, 사장은 불구속됐다.

조달청 계약직 직원이었던 김씨는 서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범행을 기획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전직 조달청 직원이 입찰 브로커가 된 셈이다. A 건설은 김씨를 건설공사의 입찰업무 전담직원으로 스카우트해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공사를 낙찰받도록 지시하면서 금품을 제공하는 등 경영진까지 나서서 무분별한 로비 행태를 보여줬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특히, 김씨는 자신의 회사 범행 외 다른 건설사 관계자로부터 수고비를 받고 다른 회사의 입찰서 교체와 금품제공에도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4건 중 3건을 낙찰받은 호남 소재의 한 B 건설사 전무도 입찰서류 파일 교체 대가로 서씨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가 구속기소됐다. C 건설사의 차장급 직원도 심사 프로그램 조작에 가담했지만, 수주에 실패해 돈도 건네지 않아 불구속 기소됐다.

이정오 특수부장은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한 새로운 입찰비리를 규명해 범행을 기획한 실무자는 물론 불법을 지시한 회사 경영진에 대해서도 엄정히 형사처벌함으로써 국가 조달질서 문란사범에 대하여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3.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