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쇄골·가슴 사이·손바닥·손목 性관련 부위 아니다”

  • 사회/교육
  • 법원/검찰

법원 “쇄골·가슴 사이·손바닥·손목 性관련 부위 아니다”

'여제자 추행' 혐의 고교 교사 항소심서 무죄

  • 승인 2013-10-29 17:54
  • 신문게재 2013-10-30 5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여제자를 추행한 혐의를 받았던 체육교사가 무죄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죄가 없다고 판단했다.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왜 무죄 판단을 내렸을까. 우선 검찰이 밝힌 범죄 내용은 이렇다. 대전의 A고 체육교사인 B(48)씨는 2011년 9월 교실 책상에서 엎드려 자는 여제자 C(당시 16세)양을 깨운다며 피해자의 손바닥에 자신의 다섯손가락을 모아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간지럼을 태웠다. 또 수통골 등산로 입구에서 열린 쓰레기 줍기 봉사활동 당시 C양이 가슴 부분이 파인 상의를 입고 와서 훈계한다면서, “왜 이렇게 입었느냐”며 가슴 사이를 손으로 만졌다.

며칠 후 학교 대강당에서 계단을 오르는 C양의 손목을 잡고 다른 손으로 C양의 손을 쓰다듬으며 “왜 열심히 안하냐. 선생님이 널 얼마나 예뻐하는데, 실망시키지 마라”고 말하는 등 아동청소년성보호법(아청법) 위반(위계 등 추행) 혐의로 기소됐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종림)는 죄를 인정해 B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재판부는 “부담을 느낄 정도로 친근감을 표시하면서 신체를 접촉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B씨는 불복해 항소했다. B씨 측은 “가슴 사이를 만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복장 불량상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의 실수로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손바닥을 간지럼 태우거나 가슴 사이를 손으로 만지고 손목을 잡으면서 손을 쓰다듬는 행위를 추행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며 법리오해를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원범)는 B씨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창피함이나 일반적인 불쾌감을 느꼈을 가능성은 있다고 보이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피해자와 같은 처지의 일반적·평균적인 사람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낄 정도에 이른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무죄 판결의 핵심은 접촉 부위가 성(性)과 관련된 특정 신체부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행해진 장소가 공개적인 곳이고, 접촉이 있었던 손바닥과 손등, 목 또는 쇄골과 가슴 사이 부분은 그 자체로 성과 관련된 특정 신체부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 신체 접촉행위와 관련, 학생지도 방식이나 훈육방법의 적절성은 별론으로 하고, 이를 아동ㆍ청소년성보호법의 추행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원범 재판장은 “아청법상 추행죄는 아동복지법상 성희롱보다 형량이 훨씬 무겁다”며 “추행죄로 처벌할 경우 법률에서 정한 추행에 해당하는지를 더욱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