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경태 대전이문고 교사 |
입시의 당락을 떠나 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활동으로 인하여 학창시절에 잊지 못할 이야기를 하나씩이라도 더 간직했다면 그래도 그것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동아리 활동 매뉴얼도 있고, 연간 계획서도 있지만 매주 동아리 활동 시간이 올 때마다 '이번 시간에는 또 뭐하지?'라고 고민하는 선생님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필자는 정말로 동아리 활동 시간이 재미있다. 동아리 부원들이 서로 비슷한 취미나 진로를 가지고 있어 교과 공부 이외에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 년에 적게는 두세 개의 프로젝트를 설정해 놓고 이를 실행하다가 보면 시간이 모자라 교육과정에서 정해 준 시간 외에도 만나게 된다. 방과 후 별도의 만남은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라면 절대 못할 일이다. 이는 학생과 교사가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만나 토론하며 즐기기 때문에 가능하다.
지난 8월, 한국교원대학교에서 펼쳐진 '2013 온드림 서머스쿨'은 동아리 활동의 진면목을 보여 주었다. 입시를 앞둔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에게 너나할 것 없이 동아리 활동할 절대 시간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리 부원들 스스로 여름방학 때부터 보충수업이 끝나면 자율학습 후에 모여서 곡을 선정하고 안무를 짰다. 서로가 서로에게 멘토가 되어서 다른 선생님들의 눈을 피해, 빈 교실에서 혹은 화장실 거울 앞에서, 열정을 가지고 연습했다.
그리고 마감 시한을 하루 앞둔 전날 밤, 밤늦게까지 촬영을 마친 몇몇은 친구들과 밤을 지새우며 편집을 하고 간신히 접수를 마쳤다. 그리고 전국에서 온 80여개 중고등학교 동아리 앞에서 춤과 노래가 같이 어우러진 멋진 공연으로 갈채를 받았다. 필자는 물론이고 우리 학생들도 모두가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다. 바보는 천재를 이길 수 없고,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그래서 그 어느 시인처럼 필자에게도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정호승, 정희성, 나태주, 박진성과 같은 유명 시인들을 만났다. 정순진 문학평론가, 탁석산 철학자, 신호철 신문기자, 이혜숙 진로지도 강사, 박종용 교장 등의 명강의도 들었다. 남상현 언론인, 주철환PD 등의 명사들과 토크쇼도 할 수 있었다. 행복한 일이었다.
NIE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신문제작하기 활동, 관혼상제 전통체험 활동, 황순원, 이효석, 신동엽, 이문구 등의 문학기행 등도 동아리 활동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재미 중 하나다.
필자가 지도 운영하는 이문펜(IMUN-PEN) 동아리는 이러한 활동들이 기반이 되어 '2013 대한민국 창의체험 페스티벌'에서도 꿈과 끼를 펼친다. 이것 역시 연속 3년째이며, 소중한 이야기요, 체험이다.
이제, 우리 동아리는 대전이문고를 넘어 대한민국 대표 동아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보다 큰 꿈과 넘치는 끼를 발산하면서 행복하고 멋진 큰 사람을 육성하고자 즐기면서 노력할 것이다. 일을 즐겁게 하는 자는 세상이 천국이요, 일을 의무로 생각하는 자는 세상이 지옥이라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을 생각하면서, 우리는 오늘도 이 상황을 함께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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