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태정 유성구청장 |
정부가 편성한 내년 복지 예산을 보면 100조원을 넘는다. 그러나 우리 주민들이 체감하는 복지혜택은 과연 얼마나 될까?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경제활력과 재정, 복지수용, 복지충족, 국민행복 등 5대 항목을 평가한 '복지종합지수'가 OECD 34개국 중 20위에 머물러 복지수준은 최하위 수준이다. 과거 눈부신 경제성장에 비춰볼 때 복지 수준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반적으로 복지 논쟁의 초점은 성장과 분배 사이에서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복지에 대한 자료를 보면, 복지가 선행됐을 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연구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복지가 새로운 복지 수요를 창출해 일자리를 만들고, 교육복지에 대한 투자는 미래를 위한 자원 형성의 지름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 사회안전망 구축을 통한 범죄 예방효과에 따른 사회비용 감소도 복지가 성장을 뒷받침 한다는 근거로 충분하다.
얼마 전 언론보도에 의하면, 복지지출을 5% 늘리면 사회안전망이 강화됨에 따라 성장률이 1%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는 자료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 같은 복지에 대한 실증 자료에도 불구하고, 성장과 분배 문제를 주제로 언제까지 소모적 논쟁을 벌여야하는가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60~70년대 산업화 시절 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을 위해 희생을 감수해야 했던 우리 아버지 세대의 노후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현대 사회의 복지는 공정사회의 누수를 일정 부분 국가든 지자체든 공적 영역이 부담해야 한다. 물론 방식과 범위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오늘날 복지 확대에 대한 논의는 대한민국을 경제 반열에 올려놓기 위해 불공정 기회 속에서도 묵묵히 참고 견뎠던 우리 부모님 세대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도리다.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하며, 국민의 노후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연출시키는 것은 진정한 복지 논의에 임하는 자세가 아니다. 복지에는 어떤 식으로든 예산이 들어가는 것이 사실이며, 비과세 감면 등 기존 혜택을 줄여 예산을 마련하는 방법도 일종의 증세다. 현 시점에서 증세와 관련된 논의는 뒤로하더라도 그럼 과연 한정된 예산범위에서 지속적인 복지 실현을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민간 참여를 토대로 한 민·관 협치의 복지에 대한 노력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서구 선진국의 사례에서 익히 보듯이 국가와 지자체의 예산에 의존하는 퍼주기식의 복지는 성공할 수 없다. 또 지자체의 특성을 무시한 중앙정부의 생색내기식 일률적 복지 정책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는 지역의 특수성을 살려 제도권 밖의 소외계층이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맞춤형 복지에 대한 논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에 우리 유성구는 지속 가능한 복지 실현 및 지자체 특성에 맞는 복지 정착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고자 한다.
'행복누리재단'이 바로 그것이다. 행복누리재단은 기존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수혜자와 지원 범위를 정하는 틀에 박힌 복지 지원에서 벗어나 민간이 중심이 돼 스스로 어려운 이웃을 찾아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지자체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민간영역이 주도돼 서로 머리를 맞대고 복지 문제를 하나씩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다.
복지 혜택의 제도권에서는 도움받지 못하는 그러나 꼭 도움이 필요한 소외계층을 찾아 복지 혜택을 나누고자 한다.
행복누리재단은 앞으로 지역 주민과 기업 등의 후원을 통해 저소득층과 긴급지원대상자를 발굴해 후원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 대규모 후원이 아닌 500원이나 1000원을 후원하는 씨앗후원, 잔돈으로 후원하는 우수리 후원 등 소규모 후원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누구나 나눔복지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확산에 노력할 생각이다.
이제는 '복지'에 어떤 수식어가 붙어도 식상하다. 주민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더욱 그러하다. 그동안 복지에 대한 신뢰를 무너트렸던 우리 모두의 책임인 만큼 우리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한다. 민간의 영역이 복지 실현에 역할과 권한을 갖는 새로운 복지의 틀을 마련해, 진정한 한국형 복지의 모범사례를 다함께 만들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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