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병로 한밭대 건설환경대학 학장 |
전쟁과 남북분단 등 사회적 여건이 사고를 단순화 시킨 측면도 있으나 생산의 기계화, 소품종 대량생산, 초고속 경제성장 시대의 의사결정과정에서 획일주의가 편리했기 때문이다. 개인의 특성과 요구를 모두 감안하면 효율성이 낮아진다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개인의 기호가 다른 창조사회는 다품종 소량생산은 물론, 개인별 맞춤형 생산, 나아가 자가생산 시대로 변화해 가고 있는 만큼 개인의 선호는 중요하다. 오늘날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이 민주주의의 표상인 것처럼 남용되고 있다. 때문에 소수의 의견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권력이나 부를 추구하는 것은 대다수 사회구성원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지만 상대적 만족감을 함께 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린이와 다문화가족, 장애인, 노약자, 빈민 등 우리사회의 의사결정 소외자들의 주장은 주도그룹의 생각과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다수결의 원칙은 소수의 판단보다 다수의 판단이 더 합리적일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또 전원일치제도가 최선의 방법이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때가 많아 차선책으로 다수결을 사용할 뿐이다.
우선 대화와 타협으로 소수자와의 이해를 좁히며 부득이 차선책으로 다수결 방법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끝까지 소수자의 의견을 최대한 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뷰캐넌(J.Buchanan)과 툴록(G.Tullock)은 개성이 중시되는 현대사회에서 의사결정비용보다 의사결정에 따르지 않아 추가적으로 발생되는 외부비용이 상대적으로 증가, 결과적으로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권위적 의사결정이나 다수결주의의 모순을 지적한 것이다.
밀양이나 새만금의 송전철탑의 사례, 용산 철거민 시위에서 보듯이 소수 주민의 동의절차를 축소한 의사결정이 결과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성을 존중하고, 사회적 소수자 의견을 존중하면 창조성도 높아진다. 소수자의 의견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몇가지 방안을 생각해 본다.
첫째, 상호간의 이해와 배려가 중요하다.
사람마다 처해진 여건에 따라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
물론 효율성이 강조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능률이 서로다른 주체가 쉽게 합의할 수 없지만 배려심이 있다면 합의도출이 가능하다. 의사결정시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하고 경청하면 상호간 존중되고 다수결보다 더 민주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둘째, 소수자의 권리가 항상 존중되어 반대하는 소수자의 주장이 자유로이 표명돼야 한다. 또 가령, 다수결에 의해 결정되었다 하더라도 되도록 반대 소수자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실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소수자를 위한 20% 배려 운동도 검토해 볼 만하다. 선거나 경쟁에서 패배한 상대의 의견이나 정책을 무시하지 말고 20% 정도를 반영해 주는 것이다. 또 인사에서도 상대 후보측의 추천을 받아주는 것으로 이것이 진정한 사회통합의 지름길이다.
셋째, 사회적 의견수렴 주체인 정당의 다양화도 필요하다. 물론 영호남, 충청의 지역주의 정당은 사라져야 하지만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각계 각층의 의견을 대변하는 정당이 필요하다. 보수와 진보, 노동, 환경, 교육 등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할 정치상품인 정당이 필요한 것이다. 비록 소수자의 의견이라 하더라도 정책적 연대를 통한 소수정당의 배려로 소수그룹의 의견도 반영될 수 있다. 수권정당은 정권창출에만 매몰되지 말고 확실한 정책목표를 갖고 변장상품, 일회용상품으로 전락하지 말아야 하고, 소수정당은 집권을 못하더라도 사회적 소수 또는 약자그룹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국민 모두가 나와 모습과 생각은 달라도 틀린 것은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이 중요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