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 계족산성에서
그 옛날,
애틋했던 소망들과
치열했던 이야기들이
알알이 박혀있는 곳.
여기 서보니
비로소
잊혀져간 이야기들이 보입니다.
삶을 원하며
쌓아올린 돌들은
이렇듯 내달리며 흐르는
산성이 되어 버렸고,
간절함으로 채워졌던 성벽은
천 년 하고도 몇 백 년을 넘나드는
역사가 되어버렸습니다.
저마다 다른 모양과 다른 사연으로 자리한
성돌 하나하나
아득한 세월 견디고 서 있는데,
유유히 흐르는 산성 바라보며
나는,
울고 웃곤 하던 소소한 일들이
여기 발아래
계절 따라 피고 지며 흔들리고 있는
들풀 같다는 걸,
아파하고
때론 아쉬움에 가슴 메어오던 일들이
삶이라는 장엄한 산성을 채워가는
소중한 성돌 이었다는 것을
이렇게
새삼
또 깨닫게 됩니다.
한소민 객원기자
계족산성은?- 대전시 대덕구와 동구에 걸치는 계족산에 있다. 정상에서 테를 두르듯 둘러서서 자리하고 있는 테뫼식 석축산성으로 사적 355호로 지정되었다. 6세기 중후반 백제가 만든 산성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신라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의견도 있다. 백제와 신라시대 뿐만 아니라 고려와 조선시대의 토기와 자기조각들도 출토되고 있어 조선시대까지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백제가 멸망한 뒤 백제 부흥군이 이 산성에서 신라군의 진로를 차단하며 끝까지 항거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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