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섭 박사(화학연구원 친환경신물질연구그룹) |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알려지고 많이 활용된 제초제는 대부분 해외 글로벌 기업에서 개발한 합성 제초제다. 합성 제초제는 상대적으로 생산비가 저렴하고 잡초방제 효과가 높다는 장점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일부 제초제의 경우는 독성이 문제가 되거나, 장기 사용으로 인한 저항성 잡초 발생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또한 환경에 대한 관심과 소득 향상에 따른 삶의 질을 중시하는 풍토가 조성되면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요구가 증가되어 기존 제초제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끊임없이 연구되어 왔다. 바로 이런 시대적 요구에 걸맞는 것이 사람과 동물에게 독성이 낮고 생분해가 가능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에 적용할 수 있는 천연물 유래의 친환경 제초제다.
천연물에서 만들어내는 제초제의 소재는 동물이나 식물 또는 미생물, 광물 등 다양하지만 주로 토양 미생물과 식물에서 활발하게 찾아내고 있다. 특히 토양 미생물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독특한 생리활성 물질을 생산할 가능성 높으며, 이러한 가능성은 기존 제초제와는 다른 메커니즘으로 제초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세균중에서 가장 큰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방선균은 다양한 항생물질과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고 있어 학문적으로나 산업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이미 일부 선진국에서는 효율적인 화학 및 발효 기술을 통해 이런 방선균을 활용한 제초제가 생산되고 있다. 일본에서 개발된 방선균 유래 천연 제초제는 지난 20년간 연간 50억 엔 이상 매출을 올렸다. 또한, 독일에서 개발된 방선균을 활용한 제초제는 2011년 기준으로 6500만 달러의 매출이 발생하였으며, 향후 세계시장에서 1조원 규모의 매출증가를 기대하며 소위 블록버스터급 제초제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미생물 기반의 천연물 제초제 소재 개발 연구가 출연연, 대학, 벤처 등에서 추진되고 있으나 아직 개발까지 진입한 사례는 없다. 최근 한국화학연구원은 Streptomyces sp. KR-001 이라는 토양 방선균으로부터 활성물질을 발굴하고 최적화 과정을 거쳐 실용화 가능성을 평가했다. 그런데 이 물질은 환경부에서 '생태계교란 야생식물'로 지정돼 4대강을 포함한 주요 하천 주변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가시박에 대해서도 강력한 방제효과를 나타냈다. 가시박의 주된 발생지 및 군락지는 강변이나 도로변 또는 사람들이 활동하는 생활주변이기 때문에 기존 제초제를 이용한 제어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더구나 남한강이나 북한강 등 상수원 보호구역에서는 가시박 방제를 위해 합성 제초제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런 지역에 발생하는 가시박 제어를 위한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가 인축 독성이 낮고 자연조건에서 분해가 용이한 천연물을 활용한 방제기술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연구중인 균주(Streptomyces sp. KR-001)는 어류에 끼치는 독성에서도 매우 안전하다는 결과를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균주의 후속연구가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조만간 가시박을 포함한 문제 잡초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천연물 제초제 탄생도 기대된다. 여러가지 국내 여건상 미생물에서 만들어내는 천연물 제초제 개발은 아직 먼 꿈일 수 있지만, 오늘 또 내일 묵묵히 전진한다면 우리손으로 만든 천연물 제초제가 세계시장을 누비는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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