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묵]돼지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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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묵]돼지 천국

[시론]강도묵 국제라이온스 356-B지구 총재, 대전·충남 경영자 총협회 회장

  • 승인 2013-10-23 14:21
  • 신문게재 2013-10-24 17면
  • 강도묵 국제라이온스 356-B지구 총재강도묵 국제라이온스 356-B지구 총재
▲ 강도묵 국제라이온스 356-B지구 총재, 대전·충남 경영자 총협회 회장
▲ 강도묵 국제라이온스 356-B지구 총재, 대전·충남 경영자 총협회 회장
D형! 요즈음은 아무 것도 믿을 수 없는 세상이 된 것 같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더위로 몸살을 앓았는데, 이젠 아침에 문을 나서면 한기가 달려듭니다. 더위 속에서 선선한 가을을 기다렸건만 난데없는 추위가 엄습해 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믿고 기다리던 가을은 영영 우리 곁에서 떠났나 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 속에서도 단풍은 더 제 빛을 내고 있습니다.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면 빨강, 파랑, 노랑, 주홍 등 가지각색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데도, 그것들이 함께 어우러져 그토록 아름다운 빛깔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역시 들판도 매한가지입니다. 온갖 곡식이 익어가며 여러 가지 색을 띠지만 그것들이 제 주장만을 하지 않고 화합하며 황금들판을 내놓고 있습니다. 오로지 같이 어우러지지 못하는 것은 인간만인 것 같이 자연 앞에 고개를 숙이고 맙니다. 만물의 영장이라더니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늘 헐뜯고 비방하고 꼬투리만 잡으려 눈이 빛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자연 앞에 눈을 감고 맙니다. 이렇게 눈을 감으니 참 편안합니다.

D형! 이런 때는 도 닦는 기분으로 글이나 보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한 것 같습니다. 요즈음은 한자를 공부했습니다. 오늘은 집 가(家) 자를 공부했습니다. 근대 참 이상한 게 있습니다. 왜 집을 나타내는 데에 '돼지'가 들어가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어찌하여 집을 나타내는 이 글자가 집 면(宀) 밑에 돼지 시(豕)가 들어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둔한 저는 한 나절은 고생한 끝에 겨우 알아냈습니다. 중국의 양자강 아래 지방에는 뱀이 많았다고 합니다. 뱀이 하도 많아서 집 안에까지 들어와 사람을 해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겁에 질린 사람들은 뱀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생각해 낸 것이 뱀의 천적인 돼지였던 것입니다. 결국 돼지우리 위에다 사람이 사는 집을 지었던 것입니다. 바로 그 모습을 형상한 글자가 집 가(家) 자입니다.

D형!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돼지가 살 수 있도록 튼실하게 집을 지어 준 것은 뱀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하라는 주인의 뜻도 새겨 넣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 마리만 두면 외롭다고 시름시름 앓을 것 같아 두 마리를 넣었을 것이지만, 물론 두 마리가 서로 경쟁하며 주인에게 충성하라는 뜻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하라는 일은 아니하고 쌈질만 합니다. 주인집으로 뱀이 올라가든 말든 조그마한 먹이 하나를 가지고 쌈질만 합니다. 무엇을 가지고 그러나 보았더니 주인에게는 별로 관계한 것도 아닙니다. 벌써 한해가 다 되도록 쌈질만 계속하고 있습니다. 뱀은 기둥을 타고 올라오는데 그 맛있는 뱀조차 잡아먹을 생각은 하지 않고, 오로지 조그마한 먹이 하나에 집착하여 싸우고만 있습니다. 참으로 딱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인이 뱀에 물려죽으면 앞으로 누가 구정물을 줄지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말은 자기네들이 주인이 마음 편히 살게 해 주겠다고 합니다만 뱀은 이미 주인집 문턱을 넘고 있습니다. 아마 사람들은 뱀 퇴치를 위해 다른 방법을 모색할지 모릅니다. 돼지를 바꾸어 본다든가, 없애 버리겠지요. 그렇게 되면 울안의 돼지들은 들판으로 내몰려 굶주리게 되겠지요. 그리고 사람들은 집을 나타내는 글자를 다시 만들 것입니다.

D형! 한자를 공부하며 집 가(家) 자만 익히면 되는데, 왜 저는 울안에서 일어나는 현상까지 생각이 미쳤는지 모르겠습니다.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간밤의 약주 탓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긴 수면시간에 꿈을 꾸지도 않았는데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현관 앞에 조간신문이 던져지는 소리가 납니다. 전에는 얼른 나가 신문을 집어 왔는데, 오늘은 마음이 내키지 않습니다. 몸도 지쳤는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D형! 그래도 이 아침엔 일어나야겠지요. 뭔가 기대는 걸어봐야겠지요. 우리의 돼지들이 정신이 번쩍 들어 뱀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보초라도 서고 있다는 기사가 났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그렇죠? D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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