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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인]가족상담

[수요광장] 정지인 대전심리상담연구소장

  • 승인 2013-10-22 14:10
  • 신문게재 2013-10-23 17면
  • 정지인 대전심리상담연구소장정지인 대전심리상담연구소장
상담심리 분야에서 가족상담 영역만큼 변화무쌍한 영역이 또 있을까! 전통적으로 가족은 성인 남녀와 그들 사이에 출생한 자녀가 물리적 거주지를 공유하면서 삶을 영위하는 체계를 지칭했다. 그러나 한 부모 가정, 형제 가정, 조손 가정, 입양 가정이 증가하면서 가족에 대한 정의는 계속 변화됐고, 최근에는 동성 가정도 심심치않게 발생하는 추세다.

한편, 전화기가 없던 시절에서 유선전화기무선전화기스마트폰으로 이어지는 의사전달 매체의 발달은 가족 간 의사소통 양식을 바꾸어 놓기도 했다. 이런 변화는 가족상담에서 상담자에게 가치관의 변화를 포함한 상담 방법 변화 등 상담 장면에서의 많은 변화를 요구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상담은 상담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가족의 형태, 의사소통 방식 등이 빠르게 바뀐다고 할지라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가족은 지ㆍ덕ㆍ체로 대변되는 인간 전인적 존재가 시작되고, 휴식하고, 변화되고, 힘을 얻고, 마치는 집단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은 한 인간의 행복과 불행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일 수밖에 없다. 특히 성장기 자녀의 적응과 부적응, 행복과 불행, 성숙과 퇴행은 가족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담현장에서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상담에 임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 학교 및 교육청에서 의뢰되거나, 부모들의 요구에 의해 상담이 의뢰된다. 필자는 부모에 의해 상담 의뢰가 되는 경우에 자녀의 정신신경증적인 증상이 위급하지 않은 한, 부모가 상담받기를 강력히 권유하곤 한다. 자녀에게 발생한 정서 행동적인 문제의 원인을 가족(부모)에게서 찾고 부모가 그 원인을 소거하면 자녀가 변화한다는 전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의 상담은 지금까지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심지어 청소년은 얼굴도 보지 않았는데 부모가 20회기 정도의 상담을 받음으로써 자녀가 변화된 사례도 다수 있다. 이 같은 사례들은 가족이 체계로서 존재하고, 각 가족구성원은 가족체계에 의해 막대한 영향을 받고 있음을 반증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학문적으로는 가족에 대해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필자는 가족이란 결혼식(혼인신고), 성적 결합, 입양, 출생 등을 망라해서 2인 이상이 전인적인 삶을 상당 기간 함께 영위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실제 그렇게 생활하는 집단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이렇게 구성된 가족의 각 구성원은 구성 당시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변화되어 간다. 문제는 각 개인의 변화에 맞게 가족단위도 변화되어야 하는데, 구성 당시에 머무르려고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녀가 성장하면서 자녀의 개인적인 독립성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데, 부모들은 지속적으로 상하 관계에서 자녀의 생활에 개입하려 한다. 개인은 변화되고 있는데, 가족이 변화하지 않는 셈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가족 간 의사소통이 단절되기 시작하고, 각 구성원은 물리적 주거만을 공유할 뿐 전인적인 삶을 함께 영위하기를 거부하게 된다. 가족으로부터 얻고자 했던 휴식과 힘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족으로부터 휴식과 힘을 얻을 수 없을 때 인간은 심리적인 건강이 약화되고, 가족 구성원들은 이 같은 자원을 가족 외에서 얻고자 시도를 하게 되고, 이른 바 청소년기의 품행 문제, 외도, 가정 방기와 같은 사건들이 발생하게 된다. 만일 외형적으로 표출하지 않는다면 우울증 등과 같은 심리적인 질병을 얻게 된다. 결국 한 개인의 정서ㆍ행동적인 문제는 그것이 원가족이든 현재 가족이든, 가족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가족상담은 한 개인의 전인적 성장을 위해 매우 가치 있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족 체계 내에 있는 구성원들은 늘 함께 있기 때문에 각 구성원의 변화에 둔감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외부에서 보면 가족단위가 각 구성원의 변화를 수용하고, 성장을 위한 뒷바라지를 하는 지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가족상담은 각 구성원에 맞게 가족체계와 구성원들의 행동을 수정하도록 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심리적 에너지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가족은 한 개인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서 상담자의 수백 배에 달하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특히 아동 청소년기의 정서ㆍ행동적인 문제의 해결은 더욱 그러하므로, 필자는 자녀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자녀의 개인상담보다 가족상담을 강력히 권유한다. 한편, 가족 내에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가족상담을 받는다는 것은 어려운 선택이기는 하지만, 변화를 수용하기 위해서 결혼, 출산, 자녀입학 및 진학, 자녀가 물리적으로 별거하게 될 때, 자녀의 결혼, 배우자 사망 등 가족 내에 주요한 변화가 발생할 때마다 가족상담을 받는 것은 건강한 가정으로 성장하기 위한 지혜로운 선택이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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