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현택 동구청장 |
교각을 세우고 도로를 개설하는 건설정책, 대중교통의 이용 활성화를 위해 시내버스나 지하철에 적자를 보전하는 교통정책은 많은 예산이 수반되는 것 같지만, 거시적으로는 에너지와 시간의 절약, 도로의 효율적 사용, 시민들의 이동 편리성과 경제적 부담 감소 등 그 경제적 효과가 매우 크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시립병원과 같은 의료서비스도 우리생활에 필수 불가결한 공공서비스다.
시립병원은 양질의 적정진료로 시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저렴한 진료비와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등 비급여 항목이 적고 과잉진료가 없기에 서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를 위한 건강강좌, 지역사회 연계사업 등을 통해 주민들의 잠재적 질병을 예방해주고 주민들의 전체적인 의료비를 줄여주는 등 많은 시민들에게 의료적 사회안전망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장치가 바로 시립병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시립병원 등 공공의료기관은 사업성 부족으로 민간에 그 자리를 내주며 이제는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의 6%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양극화가 심해지고 고령화 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이제는 공공 의료를 강화해야한다. 시립병원 설립은 시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소한의 정책으로 이제는 경영이 아닌 건강과 공공이익의 관점에서 보아야 할 때다. 지금까지 시립병원 신설은 막대한 건립 비용과 기존 평가방식에 의해 나타나는 적자운영, 대전 같은 경우는 과다 병상의 이유로 신설이 어려웠지만 그동안 각계각층의 많은 노력을 통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방의료원의 설립에 관한 법률'이 개정됨으로써 시립병원 설립시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고, 올해 개정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을 통해 공공의료기관이 적정진료를 하는데 따르는 진료수입 감소분과 공공적 기능 수행에 따른 경영상의 손해에 대한 평가방식을 개선하고 해당 비용을 전부 국가와 지자체가 보조하게 함으로써 앞으로 시립병원의 적자논란은 상당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또한 보건산업진흥원의 용역 중간보고 결과 대전은 인근지역 환자 등 외부유입을 감안 할 경우 1000병상의 증설이 가능하다고 함으로써 그동안 시립병원 설립에 걸림돌이 되었던 장애요소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 1년간 우리국민이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는 38.8%로 고령층과 저소득층에서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고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은 고령층의 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노인의 지난해 1인당 의료비는 311만원으로, 국민 1인당 연간 의료비보다 세 배가량 많다고 한다. 특히, 동구는 고령층과 의료 취약계층인 저소득층 비율이 대전에서 가장 높은 지역임에 반해 상대적으로 의료기관은 가장 적어 의료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에 따라 지난 90년대부터 동구지역에 시립병원 설립이 계획되었지만 경제위기와 대전시의 재정상황에 따라 지금까지 보류되어왔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동구 지역에 시립병원이 설립되기를 모든 동구민은 염원하고 있고 27만 주민서명을 통해 그 의지를 표출했으며, 동구에서는 도로 접근성이 뛰어나고 치료와 재활에 적합한 자연 친화적인 의료용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방의료원은 수익의 한계성과 시설·장비의 노후화로 경쟁력이 약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대전시립병원 신설의 경우 현대화된 시설장비, 대도시의 우수한 인력확보와 규모의 경제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어 지방 공공병원의 신기원을 써 나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 있다.
시민에게 봉사하고 사랑받는 병원, 모범적 공공의료기관인 대전시립병원의 탄생을 통해 교통과 행정중심 도시에서 공공의료와 보편적 복지가 실현되는 도시로 격이 한층 높아지는 대전의 모습을 모든 시민들과 함께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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