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꿉시다]“비싸면 좋다?” 선물의미 왜곡

[바꿉시다]“비싸면 좋다?” 선물의미 왜곡

경기침체로 양극화 갈수록 심화… 형편에 맞는 소비 필요

  • 승인 2013-10-20 15:21
  • 신문게재 2013-10-21 1면
  • 이영록 기자이영록 기자
[사회적자본이 희망이다-이제는 바꿉시다]30. 그릇된 선물문화

대전에서 중소규모의 건설업을 하는 A(43)씨. A씨는 백화점 명품매장에서 VVIP고객으로 통한다. 핸드백이나 지갑, 벨트 등 수십, 수백만원에 달하는 해외 명품을 한달에도 여러차례 구입해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가 구입한 각종 명품은 가족이 아닌 지인이나 발주처 관계자에게 선물(?)하기 위해서다.

A씨는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발주처 관계자들을 관리하는 차원에서라도 고가의 선물을 줄 수밖에 없고, 또 그들이 노골적으로 고가의 선물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B(44)씨는 경제적 능력이 뛰어난 부모 덕분에 금전적으로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 별다른 직업없이 1억원에 육박하는 외제차를 갖고 있고, 한달이면 수백만원에 달하는 용돈 등 어려움을 모르는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B씨는 어릴적 친구들과의 만남이 단절됐다. 자신의 의견과 다르면 무시하기 일쑤여서 친구들이 만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B씨는 미안함을 전하기 위해 간혹 친구들에게 고가의 선물을 주지만 진정한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경제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되고, 격차가 더 극명하게 벌어지는 것이다.

대전에도 소위 달동네라는 경제적 소외자들의 생활형편을 들여다보면 매우 열악하다.

하지만 경제적 형편이 넉넉한 가정의 씀씀이는 오히려 더 풍족하다고 해도 빈말이 아니다.그들에게는 경제 양극화가 오히려 삶의 질 차원에서 유리할 수 있다.백화점 등 유통업계에서는 VVIP 마케팅이 전개된지 오래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중산층 이하는 씀씀이를 대폭 줄인 반면, 소위 상류층에서는 소비패턴이 변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유통업체로서는 VVIP고객들을 잡아야 매출 유지나 상승에 유리하다.올해도 지난 추석에 중저가 선물세트가 강세를 보이면서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고가의 선물세트 매출도 예년에 비해 증가했다.경제 양극화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을 알 수 있다.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에서 선물은 편안하게 주고 받는게 의미도 있을 뿐더러 서로 부담이 없다.

하지만 주변의 눈치 때문에 고가의 사치성 선물이 오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자신의 형편을 넘어선 값비싼 고가의 선물은 위화감 조성 뿐 아니라 부정적인 목적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짙다.받는 사람이나 주는 사람 모두 선물에 대한 진정한 의미는 없고, 오로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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