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국]예술 향수층의 개발

[중도프리즘]조종국 서예가, 전 대전시의회 의장

▲ 조종국 서예가, 전 대전시의회 의장

10월은 문화의 달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살게 하기 위해서는 모든 인간에게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국민교육의 의무이기도 하다. 외형상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지극히 풍요롭고 편리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풍요로움과 편리함을 긍정적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요소들도 많이 있다. 사실 우리들의 가정과 사회에서 인정이 고갈되고 사랑마저 기능화 됐다면 이는 인류가 심각한 정신적 위기에 봉착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 원인이 기능과 지식중심의 교육, 과학편향의 발달에 있음을 상기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지식과 과학중심의 획일화된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제도와 결부되어 모든 인간관계를 경쟁 속에 몰아넣었다. 개인의 욕망추구가 자본주의적 이윤의 추구라는 말로 미화되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본의 축적에 이성과 도덕을 상실해 버린다. 이런 자본주의의 거대한 수레바퀴 속에서 도시의 소시민조차도 인간의 소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화폐의 노예가 돼 인간 본래의 삶을 잃은 채 기계의 부품처럼 살아간다. 조금 극단적인 논리이긴 하나 이런 경쟁의 결과는 필연적으로 불신과 증오를 낳기 마련이다. 이 위기를 슬기롭고 신속하게 극복하는 길의 하나는 예술의 향유다. 예술의 법칙은 경쟁으로 허영심과 증오심을 유발시킨 인간의 정신을 화해시킨다. 그리고는 더 나아가서 인간의 창의력을 혁신시키고 기계관계를 인간구조를 도덕적이고 정서적인 차원으로 순화시킨다.

모든 것을 획일화하고 소유화하려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성을 회복하고 사랑을 꽃 피우는 깊은 문화예술의 향수를 통해서다.

특히 대전 시민들의 경우는 각 지역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구성돼 있어 이 고장에서 사는 긍지를 지니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많은 시민들이 돈만 벌면 이 고장을 떠나고 있으며, 고위 공직자마저도 일단 관직을 떠나면 거의 이곳을 떠나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에 소비성 도시, 거쳐 가는 도시가 돼 버린 감이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지역의 전통적 기반에 바탕을 둔 고유한 민속놀이 등을 주축으로 하는 문화행사를 주최하고 향유함으로써 이 지역민들이 동질감과 유대감을 확인할 수 있도록 유도돼야 한다. 물론 이런 문화행사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신명을 발산하고 화합단결 할 수 있어야지 행정력에 의해 인위적으로 계획되거나 강제동원 된다면 문화행사를 통해 거두려는 자긍심과 애향심, 단결과 협동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불을 보듯 번한 사실이다. 자신이 태어나고 성장하고 생활하고 있는 지역에 대한 강한 애착과 귀속감을 끌어낼 때 문화는 그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지역 중심의 문화 활성화는 중앙정부의 정책방향과 지방자치단체의 계획과 지시만으로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이들 기관은 보조적인 후원의 입장에 머물러 있고, 결국 그 주도적 추진 세력은 지역 문화예술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들은 대부분이 고장에서 성장해서 살고 있기 때문에 시민의 의식수준, 취향, 그리고 이 고장의 전통적 특성과 문화의 미래지향점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또한 향토에 대한 이러한 이해는 그만큼 애정과 열정을 지니고 지역문화의 활성화를 위하여 헌신하게 되는 것이다. 지역문화에 대한 모색과 창달을 다른 지역에서 유입되어온 시민이라 할지라도 곧 자신들이 현재 살고 있는 고장에 대한 이해와 정감의 폭을 넓히게 될 것이고, 이를 계기로 하여 자기가 사는 고장에 애착을 지니게 될 것이다. 문화 예술의 창달은 이렇게 시민의 의식을 공동체로 아우르는 웅혼(雄渾)한 힘을 지닌 것이다.

국민들의 예술향유능력은 보통교육에서 충분히 이루어져야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제도상 불충분하다면 지역에 있는 시민대학이나 주부대학, 청소년 캠프 등에서 예술 감상능력을 배양할 수 있다면 일반 국민의 삶에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그들로 하여금 예술은 엄숙하고 고절한 것이 아닌 그들 곁에 항상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며 즐겁고 유익한 것이란 인식이 들도록 해야 한다.

정책적으로 배려된 국민교육을 통하여 문화감수성의 질을 향상시키고 그 감각을 대중매체들이 자극하고 충전시킴으로써 자발적인 수요증대가 일어나야 한다. 이러한 수요증대를 통하여 지역마다 고유한 문화를 개발하여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그들로 하여금 지역공동체 의식을 공고히 함은 물론이거니와 시민의식을 고양시켜 보다 밝은 사회 환경을 이끌어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