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와 와인을 주제로 한 축제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이 행사는 첫해였던 지난해에도 성공적으로 열려, 올해 행사에도 적지 않은 기대를 갖고 대전 컨벤션센터와 엑스포 한빛광장 일원에서 펼쳐지는 축제현장을 찾았다.
와인 잔만 하나 구입(3000원)하면 시음용 와인을 공짜로 준다는 설명에 와인잔 하나를 사들고는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한 인파의 숲에 파묻혀 줄을 섰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걸까? 그야말로 모기의 눈물만큼이나 간에 기별도 안 가게끔 아주 소량만 주는 바람에 술기운은 도통 오르지 않았다.(필자와 같이 미련하여 술을 탐하는 사람은 와인처럼 아주 소량의 술로서는 당최 양이 차지 않는 법이다. 그 바람에 귀가해서는 아내와 함께 삼겹살 전문 식당에 가서 소주를 잔뜩 마셨다.)
대전컨벤션센터(DCC)와 대전무역전시관, 엑스포과학공원에서 펼쳐진 이 행사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치러지는 행사였다. 작년보다 규모가 커진 올해 행사에서는 전시체험과 와인의 현장 판매 및 비즈니스 교류, 그리고 와인 트로피 및 학술과 경기 외 공연 예술과 체험행사까지 있어 더 많은 인파를 모았다. 아울러 지난해보다 품격을 높이고 맛볼 수 있는 와인과 음식도 더욱 늘렸다는 설명이다.
특히 대전의 3대하천 대전천과 유등천, 갑천 중 가장 너른 폭과 길이를 자랑하는 곳이 바로 갑천이며 특히 갑천의 물이 모여 더욱 너울너울 흘러 산자수명(山紫水明)의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 엑스포다리이다. 행사장을 나와 엑스포 다리를 건너자니 마침맞게 고급의 푸드와 와인을 주제로 한 저녁의 만찬을 준비(세팅setting)하는 사람들로 분주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 모습을 보자 불현듯 '다음 주면 우리 부부의 결혼 32주년인데 오늘 같은 날 저 멋진 자리에 앉아 아내와 고급 와인과 음식으로 저녁을 즐길 수 있었으면 오죽이나 좋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건 고사하고 몇 만 원짜리 와인 한 병조차 구입하기가 부담스러운 처량한 서민의 신세라니… 다소 처연한 생각까지 드는 마음을 다잡으며 '기필코 내년에는 돈을 더 벌어서 이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가장 멋진 위치의 자리를 예약하곤 아내와 함께 찾으리라' 굳게 다짐해봤다.
홍경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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