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애숙 대전지방기상청장 |
이상기상은 9월에만 그치지 않았다. 30년동안 우리나라에 세번밖에 오지 않았던 10월 태풍이 1998년 이후로 15년만에 찾아온 것이다. 제24호 태풍 다나스(DANAS)는 괌 북동쪽 해상에서 10월 4일에 발생해 우리나라에 7일에서 9일까지 영향을 주면서 남해상을 거쳐 일본열도 서쪽을 따라 진행하다가 소멸했다. 다행히, 대전 충청지방에 큰 피해를 주지는 않았지만 추수철에 찾아온 태풍으로 인해 전 국민이 마음을 졸였다. 태풍은 진행방향의 왼쪽 반원은 오른쪽 반원에 비해 풍속이 약해 피해가 덜하다. 이번 태풍 '다나스'도 태풍 진로가 남해상이기도 했지만, 우리나라가 태풍 진행방향의 왼쪽에 있어서 피해가 덜했다고 볼 수 있다. 다나스(DANAS)라는 이름은 필리핀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경험'이라는 뜻을 지닌다. 태풍의 이름은 아시아 태풍위원회에 14개국에서 국가별로 제출한 열 개의 이름을 28개씩 5개 조로 구성해 총 140개의 이름을 순서대로 사용하고 있다.
기상청은 태풍진로의 정확한 예측을 위해 기상위성 및 기상레이더 영상,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관측자료의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수치예보자료와 태풍예측모델 등의 첨단자료를 이용해 태풍정보를 발표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태풍에 대해 기상관측선(기상 1호)를 활용해 태풍이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에 해양관측장비인 표류부이를 투하해 파고, 수온, 기압 등의 기상자료를 매 20분마다 관측하고 있다. 표류부이는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된 것으로 태풍의 강도를 결정하는 기압을 매우 정확하게 관측할 수 있어 외국의 표류부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올 여름 극심한 무더위와 9월까지의 높은 기온, 10월 태풍의 내습 등의 이상기상은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기상청에서 발표한 기후변화 시나리오(RCP 8.5)에 의하면 현재의 기후변화 추세라면 21세기 후반에는 여름이 5월 상순부터 10월 상순까지 계속돼 현재보다 한달이상 길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 가을철에도 태풍이 내습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상기후로 인한 위험은 국가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다뤄져야 하지만, 그 피해는 지역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지자체 또한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 일례로 올 여름 폭염이나, 폭우,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 기울인 노력과 사회경제적 비용을 생각한다면 이상기후에 대비하는 지자체의 정책적 대응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현상은 지역별 산업, 도시화 정도, 지리적 특성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클 것이기 때문에 각 지자체에서는 지역 실정에 맞는 분야별 정책수립과 이행 등 이상기후에 대비한 역량을 키워야 한다. 대전지방기상청도 이러한 지자체의 이상기후 대응 역량 지원을 위한 과학적 기후정보 생산과 자료제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살기 좋은 고장을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