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 |
그런데 정부의 강력한 매매 활성화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수요가 크게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한 이해를 행동경제학적 차원에서 살펴보자.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다니엘 카너먼 교수는 '준합리적 경제이론'을 내세워 심리학과 다양한 실험방법을 통해 '행동경제학' 이론의 토대가 된 프로스펙트 이론(Prospect Theory)을 제기했다.
기존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합리적인 존재로 여겼다. 이익과 손실을 분석해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합리적인 계산에 따른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합리적이지 못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계획하지 않은 충동구매를 하게 되고 술과 담배가 몸에 해로운 걸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인간이 행동에 옮기기까지는 주관적인 직감과 객관적인 분석의 2가지 시스템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프로스펙트 이론에서는 먼저 의사결정을 내릴 때에 어떤 대안의 가치와 확률에 주관성이 개입돼, 그 결과로서 선택되는 대안이 달라진다고 한다. 즉 의사결정과정에서 합리성에 근거하기 보다는 경험에 의한 직감이나 단순한 방법에 근거해 판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편견이 나타나게 되고 일정한 틀에 넣은 프레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과거 고성장 시대에 주택보급률이 낮았을 때 아파트는 자산증식의 주요 수단이 되었다. 이러한 프레임 편견에 의해 우리는 아직도 부동산은 큰돈을 벌게 해줄 수 있는 수단이라고 인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변화에 대해 반응하다는 가정 하의 프로스펙트 이론은 3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특징은 '준거점 의존성'으로 준거점이란 사람이 변화에 반응하기 위한 기준점을 의미한다. 가치는 준거점으로부터 변화로 측정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곳의 다른 지역에 각각 3억원의 동일한 주택가격으로 구입한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한 곳의 주택은 작년에 비해 2000만원이 오른 반면, 다른 한곳은 1000만원이 하락했다고 하면, 당연한 얘기겠지만, 주택가격이 오른 집 주인은 행복하지만, 하락한 집주인은 불행하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특징은 민감도 체감성이다. 초기 이익이나 손실의 가치가 작을 때는 그 가치 변동에 크게 반응하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익이나 손실의 가치가 커질수록 체감되는 가치의 민감도는 감소한다는 것이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경우, 처음 500만원의 하락은 크게 느끼지만 추가적인 500만원의 하락의 민감도는 처음보다 덜 느끼게 된다는 것으로. 동일한 500만원의 하락에 대한 체감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세 번째 특성은 '손실회피성'이다. 이익보다는 손실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같은 금액의 이익과 손실이 있다면 손실로 인한 불만족은 이익으로 인한 만족보다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주택가격이 1000만원 올랐을 때 기쁨보다는 1000만원 하락했을 때의 불만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프로스펙트 이론처럼 우리는 이득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고 일정한 기준점을 중심으로 이득과 손실을 평가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효용에 대한 체감도는 낮아진다. 또한 큰 이득을 얻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기 보다는 적은이익이라도 확실하게 실현하려는 경향이 있고 여러 번의 적은 손실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주택가격 거품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긴 하지만, 아직도 기준점인 주택가격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주택수요자나 투자자들은 손실을 회피하고 싶은 것이다. 경기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예견되고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선뜻 주택구입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