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현]스포츠영웅, 스포츠외교관으로 성장시켜야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정문현]스포츠영웅, 스포츠외교관으로 성장시켜야

[논단]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13-10-10 14:41
  • 신문게재 2013-10-11 16면
  •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국가대항전. 특히, 한일전에서 승리하면 대한민국은 축제분위기로 변한다. 한일전은 선수들만의 경기가 아니라 온 국민이 경기하는 것이다. 필자는 국민이 여기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우리나라의 근대체육은 1920년대부터 출발하는데 치욕의 역사인 일제점령기의 체육은 국민을 결집하고 민족정신을 일깨우는 독립운동의 구실을 했다. 해방 이후 1948년 런던 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우리나라는 수많은 선수의 뼈를 깎는 고통과 노력으로 각종 경기에서 좋은 성과를 이뤄 국가성장과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당시의 체육 환경은 참으로 열악했다. 먹을 것과 입을 것도 없었다. 훈련시설과 용구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최근 체육계에서는 개인의 영광을 추구하기보다는 스포츠를 통해 국위를 선양하고 애국심과 도덕성 등 집단적 가치까지 갖춘 선수들을 일컬어 '스포츠영웅'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 영웅이 되려고 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그들의 땀과 노력에서 얻어진 결실이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낼 때 만들어진다.

일제치하 때는 민족체육의 선봉자로 손기정과 남승룡이 있었다. 70년대에는 양정모와 차범근이 86아시안게임 때는 임춘애가 88올림픽 때는 김수녕과 유남규, 현정화, 여자핸드볼이 있었다. 80년대에는 프로스포츠가 탄생하면서 서정원(축구), 최동원과 선동렬(이하 야구), 이만기(씨름), 이충희(농구), 장정구(권투) 선수가 있었다. 90년대에는 박세리와 박찬호라는 불세출의 스타가 탄생해 전 국민의 희망과 사기를 드높였다. 또 2000년대에는 월드컵을 통해 박지성과 이영표, 홍명보, 황선홍 등의 영웅이 탄생했다. 뿐만 아니라 이승엽(야구)과 박태환(수영), 강초현(사격), 영화화된 스키점프 대표 김현기·강칠구 등 많은 스포츠영웅들이 국민의 사기와 결집, 국위선양에 기여한 바 있다.

2010년을 넘어서면서도 김연아와 류현진 등 수많은 스포츠스타들이 탄생했다. 그들은 연일 승전보를 전하며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고, 국민의 사기진작과 삶의 기쁨을 전해주는 스포츠영웅들이다. 게다가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해외 스포츠리그에서 많은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그들이 준 국민적 희망은 삶의 기쁨 그 자체였다. 혼탁한 한국의 정치 상황과 사회분위기 속에서 연일 울리는 승전보와 선전소식들은 국민들에게 큰 위안이 됐다. 신문을 펴면 즐거운 기사가 스포츠면 밖에 없다 할 정도다. 이것을 경제가치로 평가할 수 있을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올림픽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을 방문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인정받는 경제 대국이자 스포츠 강국”이라며 “국격을 높이는데 (체육인들이) 많은 기여를 했다. 스포츠 종사자들과 체육인들을 존경한다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국가발전을 위해 체육인 스스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려주는 메시지다.

스포츠영웅은 국가·사회적 자본이 된다. 이들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해외에서의 지명도는 민간외교관으로, 사회적 리더로 충분한 힘을 지녔다. 그러나, 현 실정은 병역문제와 연금, 은퇴 후 지원 등 모든 면에서 너무 부족하다. 사회적인 형평성을 얘기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전 국민이 국가대항전을 본 뒤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고, 그 힘을 받아 기업들이 '메이드 인 코리아'를 외치며 전 세계를 휘젓고 다니게 하는데 어떤 선택이 국가적 이득이 되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월드컵 4강과 하계올림픽 4위, 동계올림픽 4위를 달성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스웨덴, 독일, 러시아, 프랑스, 이탈리아 6개국 밖에 없다. 우리는 김연아와 박찬호 등을 통해 세계와 소통을 경험했다. 이같은 스포츠 영웅들에 대한 국가적 배려가 확대돼야 한다. 이들이 성장해서 국가를 대표하는 스포츠외교관으로 활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들을 통해 국가경쟁력과 영향력을 확대시킬 방법을 모색할 때다. 스포츠를 통해 세계와 소통하고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매우 시급하다. 결과적으로 국가에 큰 이득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어떤 일들이 이런 환경을 만들 수 있는가와 스포츠영웅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도움이 절실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4.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