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
우리나라의 근대체육은 1920년대부터 출발하는데 치욕의 역사인 일제점령기의 체육은 국민을 결집하고 민족정신을 일깨우는 독립운동의 구실을 했다. 해방 이후 1948년 런던 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우리나라는 수많은 선수의 뼈를 깎는 고통과 노력으로 각종 경기에서 좋은 성과를 이뤄 국가성장과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당시의 체육 환경은 참으로 열악했다. 먹을 것과 입을 것도 없었다. 훈련시설과 용구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최근 체육계에서는 개인의 영광을 추구하기보다는 스포츠를 통해 국위를 선양하고 애국심과 도덕성 등 집단적 가치까지 갖춘 선수들을 일컬어 '스포츠영웅'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 영웅이 되려고 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그들의 땀과 노력에서 얻어진 결실이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낼 때 만들어진다.
일제치하 때는 민족체육의 선봉자로 손기정과 남승룡이 있었다. 70년대에는 양정모와 차범근이 86아시안게임 때는 임춘애가 88올림픽 때는 김수녕과 유남규, 현정화, 여자핸드볼이 있었다. 80년대에는 프로스포츠가 탄생하면서 서정원(축구), 최동원과 선동렬(이하 야구), 이만기(씨름), 이충희(농구), 장정구(권투) 선수가 있었다. 90년대에는 박세리와 박찬호라는 불세출의 스타가 탄생해 전 국민의 희망과 사기를 드높였다. 또 2000년대에는 월드컵을 통해 박지성과 이영표, 홍명보, 황선홍 등의 영웅이 탄생했다. 뿐만 아니라 이승엽(야구)과 박태환(수영), 강초현(사격), 영화화된 스키점프 대표 김현기·강칠구 등 많은 스포츠영웅들이 국민의 사기와 결집, 국위선양에 기여한 바 있다.
2010년을 넘어서면서도 김연아와 류현진 등 수많은 스포츠스타들이 탄생했다. 그들은 연일 승전보를 전하며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고, 국민의 사기진작과 삶의 기쁨을 전해주는 스포츠영웅들이다. 게다가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해외 스포츠리그에서 많은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그들이 준 국민적 희망은 삶의 기쁨 그 자체였다. 혼탁한 한국의 정치 상황과 사회분위기 속에서 연일 울리는 승전보와 선전소식들은 국민들에게 큰 위안이 됐다. 신문을 펴면 즐거운 기사가 스포츠면 밖에 없다 할 정도다. 이것을 경제가치로 평가할 수 있을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올림픽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을 방문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인정받는 경제 대국이자 스포츠 강국”이라며 “국격을 높이는데 (체육인들이) 많은 기여를 했다. 스포츠 종사자들과 체육인들을 존경한다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국가발전을 위해 체육인 스스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려주는 메시지다.
스포츠영웅은 국가·사회적 자본이 된다. 이들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해외에서의 지명도는 민간외교관으로, 사회적 리더로 충분한 힘을 지녔다. 그러나, 현 실정은 병역문제와 연금, 은퇴 후 지원 등 모든 면에서 너무 부족하다. 사회적인 형평성을 얘기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전 국민이 국가대항전을 본 뒤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고, 그 힘을 받아 기업들이 '메이드 인 코리아'를 외치며 전 세계를 휘젓고 다니게 하는데 어떤 선택이 국가적 이득이 되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월드컵 4강과 하계올림픽 4위, 동계올림픽 4위를 달성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스웨덴, 독일, 러시아, 프랑스, 이탈리아 6개국 밖에 없다. 우리는 김연아와 박찬호 등을 통해 세계와 소통을 경험했다. 이같은 스포츠 영웅들에 대한 국가적 배려가 확대돼야 한다. 이들이 성장해서 국가를 대표하는 스포츠외교관으로 활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들을 통해 국가경쟁력과 영향력을 확대시킬 방법을 모색할 때다. 스포츠를 통해 세계와 소통하고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매우 시급하다. 결과적으로 국가에 큰 이득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어떤 일들이 이런 환경을 만들 수 있는가와 스포츠영웅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도움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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