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현서원에서 만난 이귀숙(55)씨는 경력 8년이 넘는 노장의 문화관광해설사다. 남편 일터를 따라 대구에서 대전으로 온지 이십년이 넘었다. 경상도 특유의 억양은 아직 남았지만 토박이처럼 대전을 알고 누구보다 이 도시를 사랑한다.
일본학을 공부한 이력으로 공주나 부여 등지로 일본 관광객의 여행 인도를 하면서 해설사의 길로 접어들고 한국사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일본관광객은 방문할 곳에 대해 늘 철저하게 공부를 하고 온다. 그들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공부해야만 했다. 조근 조근 이야기하는 품새에서 이 씨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해설이 얼마나 깊은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한 달에 몇 번 정도 문화관광해설을 하는가?
올 해는 한 달에 5~6회 정도 숭현서원에서 해설하고 있다. 전업이 되기에는 약간 부족한 일수다. 전문성이 확보되려면 최소한 열흘 이상은 이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명감과 전문성까지 갖춘 지역 문화관광해설사들이 늘어난다면 위로부터의 하달식 문화가 아닌 우리의 삶과 밀착된 풀뿌리 문화를 꽃 피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숭현서원서 해설할 때 언제 가장 불편한가?
학생들이 단체로 체험학습을 많이 온다. 초등학생은 대체로 학습태도가 좋다. 귀가 열린 그들을 만나면 해설사는 신이 난다. 고등학생은 통제하기가 힘들다. 비치된 소화기로 장난을 하고 심지어 신을 신고 마루로 올라오기도 한다. 해설을 진행할 때 이야기를 앞지르기 하는 사람이 있다. 말을 톡톡 끊어먹으니 진행을 매끄럽게 하는데 힘이 든다.
-이 일은 언제까지 계속하고 싶은가?
예전에는 칠십이 되면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이귀숙씨는 오래된 무쇠솥 같은 사람이다. 힘들어도 묵묵히 견뎌내며 시작한 일을 꾸준하게 계속한다. 이 끈기가 쉽지 않는 이 일을 지속하는 동력이 되었다. 모든 일의 발전은 이런 성정의 사람들이 가져온다.
요즘은 전국 어디를 가나 해설사를 만날 수 있다. 그들은 지역 문화의 첨병이 되어 여행지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고 관심을 유발한다. 머문 곳에 대한 기억이 이야기로 채워져서 보다 풍성해지길 원하면 문화관광해설사를 찾아보자. 자원봉사자 특유의 환한 웃음과 구수한 입담으로 우리의 여행을 아름답게 할 것이다.
김혜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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