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기자]헛헛한 마음 채워준 '소중한 인연'

[객원기자]헛헛한 마음 채워준 '소중한 인연'

문화 주제로 이야기꽃 행복해… 한밭문화마당 통해 제2 인생 ●나의 문화이야기

  • 승인 2013-10-10 14:41
  • 신문게재 2013-10-11 10면
  • 황금옥 객원기자황금옥 객원기자
가을이 조금씩 깊어가고 있다. 들녘마다 황금빛으로 곡식들이 무르익고, 나뭇잎들은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중이다. 지금 내 인생을 비유하자면 이맘 때 쯤이 아닐까 싶다. 막 돋아난 새순처럼 모든게 새롭게 시작되던 유년기를 지나, 짙푸른 녹음처럼 왕성하게 활동하던 청년기를 보내고, 지금 내면을 익히고 결실을 거둬들이는 가을을 맞이했다. 품 안에 있던 아이들이 떠나간 빈자리가 허전하고 쓸쓸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자리를 채워준 것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문화' 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한밭문화마당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대전의 역사를 배웠고 거기에 담긴 문화를 사랑하게 되었다. 참으로 소중한 인연이다. 그리고 십여 년 전부터 시작된 '문화'에 대한 내 짝사랑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나는 지금 내 인생의 열매를 잉태하고 곡식을 익히는 가을을 맞고 있는 중이다. 내가 하는 일은 따로 있지만 그래도 내 영원한 짝사랑은 문화다. 뭐니뭐니해도 문화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이 제일 좋고, 그들과 문화라는 화제로 이야기꽃을 피울 때가 가장 행복하다. 문화를 통해 배우고 느끼고 소통하는 그 시간들이 내게는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얼마 전 김호연재 축제에서 맞이한 소대헌에서의 가을밤이 아직도 가슴 설레게 남아있고, 원도심 골목 골목에 자리 잡은 카페나 갤러리, 소극장에서의 추억들이 낭만을 되찾아 주었으며, 일주일에 한번 접하는 그 분위기가 좋아 퇴근을 서두르며 기쁘게 달려갔던 문화연대의 소모임은 내게 활력을 심어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밭문화마당을 통해 알게 된 많은 것들은 나에게 제 2의 인생을 열어 주었다. 처음 대전의 문화와 역사에 대하 알아가던 때의 그 설레임과 기쁨은 7년이 넘는 지금도 여전히 내 가슴에 남아 있다.

대전의 역사와 문화로 시작된 나의 문화사랑은 지금 다도에까지 확장 되었다. 차를 마시는 시간이 좋아 다도를 배우게 되고, 이제는 거기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다도를 정립한 초의선사가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와 주고받은 우정을 보면서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제는 조선 후기 전반적인 문화에까지 확장 되었다.

고독을 느끼게 되는 가을이지만 나는 외롭지 않게 가을을 맞이할 것 같다. 가을 볕 좋고 바람 상쾌한 날, 우리 주위 곳곳에 자리한 문화재를 찾아가 그 속에 깃든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황금옥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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