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기자]대청호 취백정의 '가을 단장'

[객원기자]대청호 취백정의 '가을 단장'

문화재돌봄 봉사단 방문… 흙담 고치기 등 적극 동춘당서는 내일 선비들의 향제줄풍류공연 재연

  • 승인 2013-10-10 14:41
  • 신문게재 2013-10-11 10면
  • 이춘아 객원기자이춘아 객원기자
▲ 3일 오전 대덕구 미호동에 위치한 대전시 문화재자료 9호 취백정에서 문화재돌봄봉사단이 창호지 바르기 등 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 3일 오전 대덕구 미호동에 위치한 대전시 문화재자료 9호 취백정에서 문화재돌봄봉사단이 창호지 바르기 등 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개천절이었던 3일 오전 대청호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의 오래된 옛 건물, 대전시 문화재자료 9호로 지명된 대덕구 미호동의 취백정이 분주해졌다. 문화재돌봄봉사단 30여명이 방문, 마당의 풀뽑기부터 먼지털고 마루닦기, 창호지 바르기, 허물어진 흙담 고치기 등을 통해 몇 시간 만에 취백정을 단장시켰다. 문화재를 다루는 작업들이라 사전설명을 듣고, 전문가들의 지휘아래 초등생에서부터 대학생, 가정주부, 직장인,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움직였다.

문화유적지를 방문한 후기 가운데 많은 부분들이 방치된 부분들을 지적하며 한탄하곤 하는데 이날 취백정의 경우만 해도 한 블로거는 “지붕에 머리가(?) 많이 길었습니다. 아무래도 미용봉사가 필요한 듯 저렇게 방치하면 식물이 기왓장을 뚫고 들어가 문화재를 망가뜨리겠죠. 담장은 훼손된 채 방치되어 있습니다”라고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문화유산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종 온·오프라인상의 여론도 많아지고 있다. 이에따라 지자체의 관리도 이전보다 잘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손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곳이 많다. 취백정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대전시는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재돌봄사업을 위해 봉사단을 모집, 작년에는 수운교 일대를, 올해는 취백정을 찾아갔다.

현재 살고 있는 우리집 관리도 어려운 마당에 사람이 살고 있지 않거나, 풍광이 좋지만 외떨어진 곳에 있는 문화재의 관리는 쉬운 것이 아니다. 더구나 훼손되거나 파손되어 속수무책으로 시간이 지나면 걷잡을 수 없이 관리 비용이 높아진다.

그래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문화재청과 지자체가 문화재 돌봄사업단을 꾸려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호미로 막을 수 있는 부지런한 개미군단 봉사자들의 도움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전문가 몇 명이 할 수 있는 일과 여러 명의 손길로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는 일이 동시에 진행되어야할 곳이 바로 문화재이다.

문화재돌봄 봉사단들은 대전의 문화재를 가꿀 때 청소와 단장 후의 개운함과 함께 옛사람들의 마음까지 가져갔으리라 생각해본다.

오는 12일 오후 2시30분 대덕구 송촌동 동춘당에서는 지역의 옛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향제줄풍류 공연이 한밭문화마당의 주관으로 재연된다. 백여 년 중단되었던 풍류문화가 무엇인지, 그것이 정자문화의 어떤 품격으로 다가오는지 많은 시민들이 지켜보기를 희망한다.

한편 취백정(翠白亭)은 송규렴(1630~1709) 선생이 제자를 모아 학문을 가르치던 터에 지어진 건물로 숙종 27년(1701)에 지어졌고, 그의 아들 송상기(1657~1723)가 다시 지었다. 이곳에는 정조대왕 어필의 사호각(四皓閣) 현판이 걸려 있었으나 후에 없어졌다고 한다.

송규렴의 자는 도원, 호는 제월당이며 본관은 은진이다. 사마시와 문과에 급제하여 충청도관찰사와 예조판서를 지냈으며, 80세 때 지돈녕부사에 올랐다. 학문이 뛰어나 송시열, 송준길과 함께 삼송(三宋)으로 일컬어지며, 돌아가신 후 문희의 시호가 내려졌다고 한다. 1700년대 초기에 지어졌으나 그 후 계속 보수되어왔기에 300년이 넘은 지금도 그 모습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다.

이춘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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