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신산업의 특허 밥솥 광고지, 가로 192㎜, 세로 134㎜ 갱지에 양면인쇄 |
약한 무쇠소리의 마찰소리가 나며 아차! 하는 순간에 밥물이 솥뚜껑 아래로 흘러넘치면 반찬을 준비하던 어머님은 쏜살같이 달려와 솥뚜껑을 슬쩍 밀어제치고는 긴 한숨을 내어쉰다. 식구들 밥이 잘못되는 순간에 내쉰 우리네 어머니들의 한숨을 이어 붙이면 걸어서 달나라도 다녀올 만한 시간은 되지 않을까 한다.
타지도 않고 설지도 않으며 시간 맞추어 재치지 않아도 되는 밥솥이 나왔다니 펄럭이는 치마를 부여잡고 당장 달려가 사고 싶었을 만한 솥이 세상에 나왔다는 광고다. 1960년대로 추정되는 시기에 대전시 동구 인동 흥신산업 금속공장에서 특허상품으로 개발한 것이다. 소비가 가장 많은 서울 종로에 판매부가 있다고 적혀있다.
“조선 사람은 밥 심(힘)으로 살아야하는데…”
심한 편식에 소식(小食)까지 하는 탓에 필자가 주변으로부터 많이 듣는 염려의 소리다. 서양음식과 퓨전요리, 배달음식이 그토록 가까워도 밥솥이 없는 가정은 없다. 새벽녘 부엌에 들어서는 어머님은 부뚜막 가운데 놓인 흰 종지에 담긴 물을 공손히 바꾸어 담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었다. 그러한 정성으로집안 식구들 건강을 챙기던 어머니들만의 특허기술을 이제는 전기와 전자기술이 대신하고 있다. 현재 인동에서 흥신산업 금속공장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그 터 골목에는 아직도 전통방식을 고집하며 낫과 망치, 호미, 괭이를 만드는 대장간이 있어 그나마 아쉬움을 덜 수 있다.
혹여 농담이라도 “에이! 밥 맛 없어!” 라는 말은 하지 말아야지.
임헌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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