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표 대덕대 총장 |
대선 불복은 아니라면서 국정원 댓글에, 한 국회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으로 복장 터지게 하고, 잘한다 했더니 난데없는 혼 외자 문제에 희생양으로 얽혀 호위무사까지 등장하고, '내 마음 이해할 것'이라면서 물러나는 무책임한 꼴도 보아야 했다. 2007년 정상회담 대화록에 대하여도 “대화록은 있고 NNL발언은 없는 것 아니냐?”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야기하고, 역사교과서 출판사 사장은 협박을 당하고 저자들은 고칠 수 없다는 등 곳곳이 혼란의 늪이다. 초등학교에서도 이게 뭐야 할 정도의 대리투표 무효판결이 나오니 요지경 속이 아니고 무엇인가. 속 내용이 알쏭달쏭하고 복잡하여 뭐가 뭔지 이해할 수 없으니까 하는 말이다.
국회는 선진화 한다더니 겨우 그 덫에 걸려 추한 꼴만 보이고 있으니 희망을 걸 곳이 없다. 심지어 국회의원 활동의 꽃이라고 하는 국정감사도 민생은 뒷전이고 정쟁의 장이다 못해 아수라장이 될 것이 뻔하다. 타협과 상생은 사전에나 있는 말이려니 하지만 그들을 대표라고 뽑아놓았으니 한심하기는 국민들도 매 한가지다. 정녕 우리 지도자들에겐 '정직' '진정성' '사과' '용서'라는 DNA가 없는 것인가 한번 뒤집어 보고 싶다. 그래서 '세상은 요지경'에 이어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소위 국정원 댓글 문제도 그렇다. 분명한 것은 정권이 아니라 국가의 국정원이라는데 답이 있다. 오늘 이토록 만든 이들이 누군가. 흔들어서도 안 되고 흔들려서도 안 된다. 우리가 맡았을 때는 어떻게 했는지 뒤돌아보면 되고, 고칠 일은 고쳐야 할 곳에서 협의해 고쳐야 한다. 역지사지하면 핏대를 세울 일도 싸울 일도 아니다. 아무리 정권이 바뀌어도 국정원을 비롯한 군인, 검찰, 경찰 등은 국가의 존속과 유지의 기둥이고 뿌리다. 그래서 그들의 고유업무를 위해서 뚜벅뚜벅 걸어가도록 지켜보고 격려하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존립근거에 의해 자부심과 자긍심으로 무장시켜 고유 업무에 최선을 다 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대선의 최대 이슈였던 복지도 표를 향해 경쟁적으로 약속으로 쏟아낼 때 세금 올리지 않고 '과연 저대로 되겠어?'라고 반신반의한 것이 사실이다. 신뢰도 약속도 중요하지만 연차적으로 선택적으로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진정성 담아 사과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어야 한다.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로 하모니를 찾아볼 수 없다. 여야가 볼 곳은 국민이다. 서로 다른 다양한 목소리들이 화이부동(和而同)할 때 보다 발전적이고 활력 있는 에너지가 나온다.
혼외자 문제도, 대화록 문제도 덮으려 하면 더욱 벗겨진다. '손바닥으로 가릴 수도 없고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 고해성사 하듯 담담하게 털어놓고 용서를 구하는 용기가 필요했다. 잘못에 대해서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면 상대는 오히려 할 말을 잃게 된다. 상황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정직한 말 한마디가 큰 약이 된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독일 축구협회는 레버쿠젠의 '크리스토퍼 다움'을 국가대표 감독으로 발탁했을 때 코카인 복용 의심으로 온 나라가 들끓었다. 세계 축구인의 눈과 귀가 기자회견장에 쏠려 있을 때,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미소를 지으며 “그래요 저는 코카인을 복용했습니다. 이제 질문들 하시죠”라고 고백했을 때 더 이상 기자들의 질문은 없었다. '하늘은 정직한 자를 지킨다'는 영국 속담이 있다. 흔히 진정성을 믿어주지 않는다고 답답해하고 말끝마다 진정성을 강조한다. 그것은 거짓이 숨겨 있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행동으로 보이면 믿지 말래도 믿는다. 언제까지 소모적 정쟁으로 저급한 정치게임을 하면서 주도권 싸움만 할 것인가. 정직한 고백과 진솔한 대화로 신뢰를 얻는 것이 할 일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