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한글날' 국문과 없애는 지역 대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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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한글날' 국문과 없애는 지역 대학들

'낮은 취업률' 이유 배재·건양대 등 학과 통폐합·폐쇄 잇따라

  • 승인 2013-10-08 17:41
  • 신문게재 2013-10-09 5면
  • 배문숙 기자배문숙 기자
한글날이 23년만에 법정 공휴일로 재지정된 반면 지역대들은 학교의 생존이라는 명분으로 국문학과를 없애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배재대는 지난 5월 국어국문학과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과를 '한국어문학과'로 통폐합했다. 내년부터 사실상 배재대에서 국문학과가 사라지는 셈이다. 배재대는 그동안 한글 연구의 개척자 주시경과 민족시인 김소월을 배출했다고 자랑해 왔고, 단과대 이름까지 '주시경대학', '김소월대학'으로 사용하고 있다.

앞서 건양대는 지난 2005년 국문학과를 문학영상학과로 이름을 바꾸었다가 지난해 완전 없앴다. 청주 서원대도 지난해 국문과를 다른학과와 통폐합한 상태다.

지역대들이 대학의 생존을 위해 취업에 불리한 국문학과를 폐지하거나 통폐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학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안도현 시인은 배재대가 국문학과를 한국어문학과로 바꾸는 과정에서 “취업과 거리가 멀어 '굶는 과'로 불리던 시절에도 국문과 폐지는 꿈도 꾸지 않았다”며 인터넷을 통해 논쟁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국문학과 한 교수는 “말과 글은 그 민족의 정신”이라며 “정부는 한글 보호와 발전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교육기관에서도 올바른 한글 교육을 위해 노력해야하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졸업생의 취업률이 낮다고 민족의 정신 근간인 국문과를 없애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991년 공휴일에서 제외했던 한글날을 올해부터 한글의 소중함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공휴일로 재지정했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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