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필 목원대 미술학부 교수 |
가을을 맞아 가지각색의 축제의 난장들이 방방 곳곳, 도심지의 동 단위 또는 시골 면 단위서 까지 열린다. 한국축제의 전국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반면, 축제가 갖는 참된 의미와 축제를 통해 빚어지는 인간적 삶의 유익성과 개성 있는 문화적 가치가 형성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대축제의 현상이다.
유정아씨는 현대 한국 축제의 문제점을 여섯 가지로 지적하고 있는데 첫째, 관 주도의 남발로 인한 상부하달식 축제로 관 공무원과 주민들이 강제적으로 동원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둘째, 일회성 이벤트성 행사로 인한 경제적, 시간적 낭비를 들 수 있다. 셋째, 잦은 불필요한 축제로 인한 지역 주민을 비롯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부족과 참여 방식에 대한 논의 부족을 들 수 있다. 넷째, 과도한 관광상품화에 따라 진정한 축제정신의 결여를 들 수 있다. 특히 난장이라는 명목하에 수많은 종류의 물건과 청결하지 못한 음식들을 파는 장소로 변질돼 순수한 의미의 축제성을 희석시키며, 결국은 그 지역의 특산품을 취급하는 상인들이나 축제상인들이 과도하게 경제적 수입만을 올리기 위한 축제로 변하면서 축제의 본질적 의미가 왜곡되어 버린다. 다섯째는 역사적·지역적·전통적 고유성을 담은 축제문화 전수 의지의 부족을 들 수 있다. 여섯째, 지역축제를 급하게 조직하다보니 이름만 다를 뿐 내용과 성격이 유사한 축제들이 남발돼 그저 그런 영양가 없는 축제로 추락하는 것이 현대 한국 축제의 문제점이라 들 수 있다.
이러한 한국축제의 결점들이 첨예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축제가 가지는 기본적인 속성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 부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축제가 그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버팀목으로 삼아야 할 것은 정신적 토대가 되는 신화나 역사적 전통에 바탕을 둔 공동체의식, 고유한 역사의식이나 그 지역의 독자적 특화물을 공유하는 집단 공동체로서의 참여주체, 또한 지역 주민들의 지역적 고유성과 정체성을 기조로 하는 자부심이 확인돼야 자발적 참여의식으로 관, 민이 함께 이끌어내는 축제다운 축제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제 한국축제는 새로운 국면으로 발전 돼야 한다. 소수의 사람만이 경제적 이득과 관에서 주도하는 축제로 인해 강제적인 동원과 지역주민들이 생업을 중단해야 하는 폐단들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한해에 도에서 주관하는 엑스포와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지역축제의 중복으로 국가적인 경제손실과 지자체의 예산 낭비를 이제는 그쳐야 한다.
선선한 가을바람과 동시에 가을에 열리는 전국 방방곡곡의 축제들이 몰려오고 있다. 어디를 가든지 찬바람이 불면 찾아오는 불쾌한 불청객도 한몫한다. 새 정비도로 살리기운동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들, 행인들이 한마디씩 질펀하게 욕을 퍼붓는 그 대상들은 언제나 한 나라의 통치자나 그 지역의 단체장과 공직자들이다. 필자도 그 이유를 잘 모른다. 왜? 멀쩡한 도로를 파헤치고, 멀쩡한 인도와 가로수를 뽑고, 수시로 시민 공원들을 바꿔야 하는지를…. 이와 같이 관행에 의한, 또한 책정된 예산을 소모하기 위해 행해지는 축제들은 사라져야 하며, 남들에게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축제가 아닌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고 축제가 축제다운 축제로 살아 생동할 수 있는 개성 있는 축제들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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