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손인중 기자 dlswnd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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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은 한글날이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지 567돌이다.
한글이 가장 익히기 쉽고 과학적인 문자라는 사실은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선조로부터 이같은 훌륭한 문자를 이어받은 후손들은 이를 사용하는 것에 만족하면 안 된다. 한글을 통해 한국어, 한국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려 우리나라 국격을 높여야 하는 책무가 있다.
한국 최초의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과' 교수인 배재대 최정순(51) 교수를 만나 한글날의 의미와 우수성, 앞으로의 과제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최 교수는 '민간 외교관'이다. 우리나라 문자와 언어인 한글과 한국어를 세계인에게 알리는 '선봉장'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그는 한국어 학자다.
한국어를 통해 한글을 세계인에게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8개 언어권 인구가 우리글과 말을 배우기 쉽도록 한국어 교재를 만들었다. 또 한국어교육원 분원이 세계 각지에 세워지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2004년 우리나라 대학 최초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과' 교수가 되기도 했다.
최 교수는 강단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한국어를 가르칠 인재들을 양성하고 있다.
배재대가 이 학과를 만든 이후 전국 각 대학에서 앞다퉈 같은 학과가 생겼을 정도로 최 교수는 이 분야의 선구자적인 존재다.
그는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최 교수는 “한글은 일부 대표 자음과 모음만 있으며 모든 소리를 응용할 수 있을 정도로 과학적이다”며 “또 두 시간만 배우면 누구나 자기 이름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익히기 쉬운 것도 한글의 우수성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 반포한 뒤 공식적인 우리나라 글로 인정받기까지 수백여 년이 걸렸지만, 그 사이 한글이 사라지지 않은 것도 이같은 우수성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훈민정음 반포 567돌 한글날을 맞아 현 시대를 사는 후손들이 직면한 과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 교수는 “한글과 한국어를 알리는 일은 단순히 우리나라의 문자를 알리는 것이 아니다”며 “이를 통해 한국의 문화에 대해 세계인들이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는 결국에는 외국인들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고 나아가서는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이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다만, 이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도 언급했다.
그는 “다른 나라와 민족에게 절대 우리말과 글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이럴 경우 문화적인 침탈이 될 수 있고 정부 간 마찰의 소지도 있을 수 있어 한글과 한국어를 스스로 필요로 할 때에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글날 567돌을 맞는 감회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재인식과 한국어를 사용하는 한국인으로서 한글을 아름답고 잘 보전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한글은 1443년 세종대왕이 창제했고 3년 뒤 반포했습니다.
하지만, 한글이 우리나라 공식 문자로 인정받은 것은 1894년 갑오경장 때로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반포된 지 수백여 년이 걸린 것입니다. 이후에도 한글의 고초는 계속됐습니다. 일제치하에서 말살정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에는 해방 이후에야 명실공히 우리나라의 문자로 대접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봅니다. 반포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온갖 역경을 겪어왔지만, 한글이 사라지지 않은 이유는 문자로서 갖고 있는 우수성 때문입니다. 미국인이 사용하는 영어는 세계 공통적인 언어입니다. 쓰는 사람이 많다 보니 그 나라가 부강해집니다.
567돌 한글날을 맞아 같은 생각을 해봅니다. 한국어학자로서 한글과 한국어를 쓰는 세계인이 더욱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가 할 일이 많습니다.
-앞서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언급했는데 자세히 설명해주신다면.
▲한글은 자음 19개와 모음 21개로 이루어졌습니다.
한글은 일부 자음과 모음을 갖고 모든 소리를 확장시켜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ㄱ', 'ㄴ', 'ㅁ', 'ㅅ', 'ㅇ'이 대표 자음입니다. 예컨대 'ㄱ'에 'ㅡ'를 추가하면 'ㅋ'이 되고 'ㄴ'에 'ㅡ'를 더하면 'ㄷ'이 됩니다.
모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표 모음인 'ㆍ', 'ㅣ', 'ㅡ'만으로 모든 모음을 조합해 낼 수 있습니다.
영어의 알파벳이나 중국의 한자 등 세계 어느 문자도 이같은 장점을 갖지 못했습니다.
또 누구나 두 시간만 배우면 이름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익히기 쉬운 것도 한글의 우수성을 보여줍니다. 특정 문자가 과연 우수한 것인가를 따질 때 중요한 척도 가운데 한 가지는 얼마나 학습자들이 쉽게 배울 수 있느냐이기 때문입니다.
-한글과 한국어를 세계인에게 알리는데 많은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 추진하신 일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죠.
▲과거부터 서강대 한국어교육원 강사로 15년간 활동했습니다.
이곳에서 약 1만5000여 명의 한국인 외국인 제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왔습니다.
2004년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배재대에 개설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과' 교수로 일해왔습니다. 같은 해부터 7년 동안은 배재대 한국어교육원장을 맡아왔습니다.
교육원장 시절 한글과 한국어를 세계인에게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습니다. 중국, 몽골, 아프리카 등 이 시기에 안 가본 나라가 없을 정도로 세계 각지를 누볐습니다.
한글과 한국어를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2005년 중국 4년제 대학에 한국어학과가 있는 곳이 40여 곳에 불과했습니다. 학교 측과 상의해 이같은 곳에 한국어교육원 중국분원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한글과 한국어에 대한 현지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분원은 정규 학과로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올 10월 현재 중국 4년제 대학 한국어학과는 130개 가량으로 늘었습니다.
이밖에 한글과 한국어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이 이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병행했습니다.
모 기업의 도움을 받아 영어, 불어,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러시아어, 아랍어, 스페인어 등 8개 언어권에 대한 한국어 교재를 개발했습니다.
-세계인들에게 한글과 한국어를 알리는데 있어 중요한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지난해 말 정부가 세종학당지원재단을 만들었습니다.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매우 잘된 일이라 평가하고 싶습니다.
전 세계 60여개국에 있는 세종학당은 외국인들에게 한글과 한국어를 알릴 수 있는 전초기지와 다름없습니다.
지원재단은 전 세계의 세종학당 역할과 비전을 총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 정부와 국민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다른 민족에게 우리 말과 글을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자칫 그들에 대한 문화침탈이 될 수 있고, 국가 간 외교 분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글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이려 노력을 했던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의 사례에서도 이같은 부분을 일부 읽을 수 있습니다.
또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한글과 한국어를 알리는 것에만 그치지 말고 우리나라 문화도 함께 알리도록 해야 합니다.
이럴 때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한 관심을 둘 수 있을뿐더러 이를 통해 경제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한글과 한국어를 알리는 일은 우리나라 국격을 높이는 일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외국에 사는 교포 3~4세들의 한국어 사용이 줄어든다는 소식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어학자로서 한국어를 알리는 일은 곧 한글을 알리는 것과 맞닿아 있습니다. 교포들을 포함해 외국인들이 앞으로 한글과 한국어를 널리 사용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또 이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좀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온라인 콘텐츠 개발에 노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전문교사 양성 부분에도 신경을 쓸 것입니다.
강제일 기자ㆍ사진=손인중 기자 dlswnd98@
● 최정순 교수는…
▲1963년 7월 15일 강원도 춘천 출생
▲성수중, 춘천고 졸
▲서강대 영문과 학사, 동대학 국문과 석사 박사
▲전 배재대 한국어교육원장, 한국언어문화학회장, 시학과 언어학회장
▲현 한국어 교육학회 부회장 한국국어교육학회 부회장
▲현 배재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학과 교수/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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