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겨울채비 - 집안 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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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겨울채비 - 집안 손보기

[우리문화를 아시나요]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 승인 2013-10-08 13:55
  • 신문게재 2013-10-09 17면
  •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우리는 사계절을 누리며 살아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새로운 경험을 한다. 해마다 반복되기는 하지만 언제나 새롭고 새로운 변화를 기대한다. 계절이 바뀔 때 마다 자연 환경도 바뀌고 바뀌는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여러 가지 준비들을 한다. 그 가운데 가장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는 계절이 바로 겨울이다.

봄, 여름, 가을은 비교적 따뜻하고 주변에 먹을거리들도 널려 있어서 그리 어렵지 않게 살아갈 수가 있다. 하지만 겨울은 다르다. 매서운 추위와 눈보라가 찾아 들기 때문이다. 찬바람이 불고 낙엽이 지기 시작하는 늦가을이 시작되면 집집마다 겨울 준비에 들어간다. 겨울을 맞을 때 가장 시급한 일은 예나 지금이나 어떻게 하면 더 따뜻하게 보내는 일이다. 난방설비나 장치들이 발달한 요즈음도 겨울철 난방을 에너지를 아끼면서 효율적으로 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방안들이 논의되곤 한다.

초가집이나 기와집의 경우 우선 벽의 갈라진 틈이나 굴뚝 등을 손질하였다. 아궁이와 구들의 방고래 등을 살펴서 방고래에 고랫재가 쌓여서 막혀 있으면 면봉처럼 길게 만든 연장으로 고래질을 하여 고랫재를 밀어낸 뒤 아궁이를 막고 풍구질을 하여 방고래와 굴뚝을 깨끗이 청소하였다. 즉, 아궁이에 불을 땔 때 연기가 잘 빠지고 불기운이 온 방안에 잘 퍼져서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하였다. 방고래 청소와 함께 서까래와 대들보에 붙은 그을음도 떨어냈다. 장작이나 볏짚을 보관하는 나뭇간도 잘 정리하고 장작이나 나뭇가지, 솔가리, 볏짚 등을 차곡차곡 쌓아 두면서 겨울채비를 하였다. 아울러 집집마다 방문과 창문 바르기도 하였다. 한 여름동안 시원하게 보내다 보면 문종이가 뚫어져서 겨울이면 찬바람이 들어오기 일쑤였다.

방문과 창문의 묵은 종이를 다 떼어내고 햇볕 좋은 가을날 모든 방문과 창문을 떼어 놓고 문바르기를 하였다. 찢어지거나 헤어진 문종이에 물을 뿌려 떼어낸 뒤 풀을 쑤어 바르고 새문종이를 얹어 놓으면 쭈글쭈글 하게 된다. 이때 쭈글쭈글하게 된 문종이 위에 입에 물을 한 모금 물고 훅훅 뿌려주고 네 귀퉁이에서 팽팽하게 당겨준 뒤 햇볕에 말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팽팽하고 뽀얗게 새 방문과 창문으로 되살아 나게 된다. 문종이를 바를때 꽃잎이나 낙엽을 넣고 바르면 운치와 낭만을 더한다. 방문과 창문을 달 때 문틈사이로 들어오는 매서운 바람을 막기 위해 문풍지를 발라서 마무리한다. 겨울옷을 준비하고 매만지는 아낙들의 손놀림 또한 바빴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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