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규 대전시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중부대 뮤지컬ㆍ음악학과 교수 |
구미의 문화적 전통으로서의 소년합창단은 중세시대에 크게 발전됐다. 의례히 교회음악을 위해 만들어진 소년합창단은 여성들이 배제된 성가의 최고 높은 음역의 사운드를 형성하는데 매우 적절한 소리로 여겨져 교회 성가대의 주역이 돼왔다. 오늘날에도 영국 국교회, 가톨릭, 루터교회처럼 중세의 엄격한 전통이 이어지는 교회에서는 이들 소년들이 성가대의 주를 이룬다. 그러나 교회와는 무관하게 수백 년의 전통을 이어가며 독자적인 활동을 하는 합창단들도 많다. 파리 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1906년 창단), 빈 소년합창단(1498년 창단), 미국 아메리칸 보이콰이어(1937년 창단), 8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라이프찌히 성 토마스 합창단(1212년 창단)이 그것이다.
신이 내려준 자연 그대로의 소리로 노래하는 이들 합창단을 두고 인류는 '천상의 소리'라 이름 붙여 주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순수함의 시기는 너무 짧다. 그 짧은 최고의 아름다움을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 카스트라토(어려서 남성성을 제거한 남성 가수)가 생겨났다. 창단 이래 오랜 역사가 흐르는 가운데, 이들 나라의 교회나 국가, 지방 정부와 단체들의 끊임없는 지원과 높은 기부 문화는 어린 단원들을 온 인류가 아끼고 사랑하는 최고의 예술품으로 만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현재도 이들은 자기들만을 위한 기숙학교에서 높은 자긍심을 가지고 음악뿐 아니라 일반 학교의 모든 과목을 교육받으며 전인적 소양을 쌓아가고 있다. 그리고 온 인류에게 최상의 목소리로 아름다움과 행복을 선사해오고 있다.
참으로 부러운 일이다. 반만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문화강국임을 자랑하며 OECD 10위의 경제대국을 이루었다. 국민들의 교육열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높다. 하지만 어린 유년기 아동들의 정서에 맞는 훌륭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는 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21세기는 창조적 사고를 바탕으로 과학과 예술, 그리고 여러 학문을 넘나드는 지식의 통합과 통섭을 통해 사회를 선도해 나갈 미래 통합형의 인재를 필요로 한다.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던 지난 시대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예술에는 과학적 통찰력이 스며있어야 하고, 과학에는 예술적 상상력이 넘쳐 나야한다. 이러한 미래의 통합형 인재를 만들어 내는 교육의 한 방편으로써 합창은 하나의 좋은 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해 왔다.
합창은 절제와 조화가 중요시되는 화음의 예술이다. 어린 시기부터 이러한 공동체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하는 것이 곧 전인교육으로 가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것으로 나는 굳게 믿는다. 그래서 거듭 주장한다. 대전에 소년합창단을 만들자고. 대전에 소년합창단이 만들어진다면 국내 최초라는 역사적 가치를 가지며, 이는 합창도시 대전의 대표 브랜드로서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올해로 두 해째 개최된 '대전국제합창페스티벌'은 수많은 감동적인 스토리를 남기며 대전을 '합창특별시'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했다. 우리 동네 어디서나 시민들이 모여 즐겁게 노래하고 행복해 하는 동네(시민)합창단이 50개가 있는 도시, 세계의 합창단들이 와서 노래하고 싶은 도시, 합창의 석학들도 여기에 모여 합창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이런 국제 합창도시 대전에 우리의 아이들로 만들어진 세계적인 소년합창단 하나쯤은 있어도 좋지 않을까! 아니 있어야하지 않을까?
'예술적 상상력이 넘쳐나는 과학의 도시! 과학적 통찰력이 묻어나는 예술의 도시, 우리가 사는 이곳 대전에서 미래 지식 사회의 대통합을 이끄는 다빈치형 지도자가 나오기를 소년합창단의 창단과 함께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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