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복 극작가, 꿈 실현 아카데미 대표 |
호위 무사란 조선시대 종 2품의 벼슬로서 왕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왕의 신변을 보호하는 무사를 일컫는다. 옛날 왕권시대에는 왕 자신이 곧 국가를 상징했다. 때문에 왕을 지키는 것은 곧 국가를 지키는 임무와 같았다.
국가를 지키는 임무를 맡다 보니 호위 무사에게는 막강한 권력을 줬다. 또한, 스스로 자긍심도 높았다.
그런데 요즘에 들어서는 개인을 위한 호위 무사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나타나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개인의 호위 무사는 자랑할 게 못 된다. 주인이 해결 못 할 일을 뒷정리해주는 사람이지 국민을 지키는 호위 무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닷새 뒤면 한글날이다. 우리 국민이 최고의 자랑거리로 삼는 한글이 빛을 보게 된 567회째 되는 날이다. 유네스코에서는 한글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고 훌륭한 글자라 했다. 필자도 한글을 지키려는 호위 무사를 자처하며 지금까지 한글학회 회원으로, 한말글 사랑 한밭모임(회장 안태승) 회원으로 호위 무사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왜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글자인가. 세종대왕이 만들어서다. 왕이 만들어서 최고가 아니다. 만든 사람 이름이 분명히 밝혀져 있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나라 문자치고 만든 사람이 밝혀진 것은 우리의 한글 말고는 없다.
이외에 가로세로로 쓸 수 있으며, 자음ㆍ모음 모두 합쳐 스물넉 자밖에 안 되는데도 표현하지 못하는 말이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창제한 이가 발음되는 위치와 발음될 때 입 모양까지 밝혔다는 점이다.
감탄이 저절로 나오는 데 최고라는 말이 안 나올 리 없다. 더구나 우리 글자는 모음이 들어갈 자리에 자음이 들어가지 않는다. 또 자음이 있어야 할 자리에 모음이 침범하지 않는다. 질서와 체계가 정확해 이런 질서의 아름다움도 우리 글자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세종대왕이 이런 글자를 만들지 않았다면 '데굴데굴'과 '덱데굴 덱데굴' 같은 표현을 어떻게 했을까.
한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데굴데굴'은 돌이 거침없이 굴러 내려올 때 사용하는 말이고, '덱데굴 덱데굴'은 구르면서 중간 중간 걸릴 때 사용하는 말이다.
만약 미래를 내다보는 창조정신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한자나 영어로 컴퓨터 자판기 활자를 두드려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날려야 하는 어려움을 겪어야 할 것이다. 560여 년 뒤 컴퓨터의 등장을 미리 알고 창제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글자를 사용하고, 기록문화 유산도 세계 4위나 되며, 오천 년 역사를 가진 민족은 인류 역사상 그리 흔하지 않다.
따라서 이같은 우수한 문화를 가진 민족은 그에 걸맞은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밀어내는 언어보다는 끌어당기는 언어. 헐뜯는 언어보다는 칭찬하는 언어를 구사해 좀 더 밝은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요즘 일부 정치권에서 입버릇처럼 사용하는 '투쟁'이라는 어휘나, '정의 사회 구현'이라는 구절도 국민의 귀에는 부담스러울 뿐이다.
정의사회를 외치던 지도자가 세금을 내지 않아 국민의 얼굴색을 붉히게 하고, 투쟁을 해서는 안 될 정치지도자들이나 일부 종교인들이 길거리에 나앉아 머리띠 둘러매고 주먹 불끈 쥔 손을 치켜드는 모습은 국민에게 불편하기 때문이다.
전 대전 MBC아나운서 출신의 송병규 교수는 어느 효 문화 강좌에서 “말은 배설이 아니라 배려”라 말했다. 남을 배려하는 말, 그것이 곧 끌어당기는 말이다. 양파도 고운 말을 듣고 자라면 싱싱한 잎을 피우며, 물도 칭찬을 들으면 육각수로 변한다는 실험도 있었다.
우리는 문화 민족이다. 한글날을 맞아 5000만 모든 국민이 우리 글자, 우리 말을 사랑하고 즐겨 쓰는 호위 무사가 돼 밝은 사회를 만드는 일에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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