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진]단군신화의 숨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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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진]단군신화의 숨은 뜻

[중도춘추]최혜진 목원대 교양교육원 교수

  • 승인 2013-10-02 14:02
  • 신문게재 2013-10-03 16면
  • 최혜진 목원대 교양교육원 교수최혜진 목원대 교양교육원 교수
▲ 최혜진 목원대 교양교육원 교수
▲ 최혜진 목원대 교양교육원 교수
개천절은 하늘이 열린 날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건국을 기념하는 날이다. 기원전 2333년에 단군이 평양성에 도읍하고 국호를 '조선'이라 한 것이다. 따라서 올해로 우리나라는 국가가 세워진 지 4346년이 되는 셈이다. 단군이 세운 나라를 기념하는 셈법이 단기(檀紀)다. 그래서 단기 4346년이 되는 것이고, 우리는 약 5000년 역사를 가진 민족이 된다. 단군이 세운 나라를 후대의 조선과 구별하기 위해 '고조선' 혹은 '왕검조선'이라고 하는데, 단군이 나라를 세우게 된 내력이 '삼국유사'에 전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기록신화이며 건국신화다.

어느 민족이든 사람들은 자기의 존재에 대한 탐구와 세상의 유래를 신화로 표현해 전승한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현재 이 땅 위에 살고 있는 우리 국민들과 이 나라가 언제부터 어떻게 생겼는가에 대한 해답을 표현해놓은 것이다. 그래서 신화 속에는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에 의해 구전된 초현실적인 이야기가 상징적으로 그려진다. 이것은 우리 민족이 상상한 원형적 상징이고, 대대로 전승되어온 신화적 문법이다. 그래서 신화는 신성시되는 것이고, 그 구체적 증거물은 이 나라와 바로 나 자신이 된다.

우리의 단군신화는 환웅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하늘의 아들인 환웅이 인간세상에 욕심을 내어 아버지 환인에게 천부인을 받은 후 무리 3000명을 거느리고 태백산 신단수 아래에 내려와서 신시(神市)를 열었다는 것이다. 이 환웅천왕은 바람의 신, 비의 신, 구름의 신을 거느리고 곡식, 수명, 질병, 형벌, 선악 등 인간 세상의 360여 가지 일을 주관하여 세상을 다스리도록 하였다. 이 때 곰과 호랑이가 경쟁하여 곰이 금기를 이기고 인간이 되었고, 환웅과 웅녀가 결혼하여 아들을 낳으니 그가 단군왕검이라는 것이다.

단군의 아버지가 하늘의 신이라는 사실은 우리 민족 역시 하늘에서 내려온 위대한 혈통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한다. 그런데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표현은 외래의 우수문화를 가지고 온 새로운 민족으로도 해석된다. 이 환웅의 역할이 범상치 않다. 무려 삼천 명의 무리를 이끌고 새로운 도시를 열었을 뿐만 아니라 농사, 의료, 법률, 도덕 등에 대한 질서를 바로잡았다는 것이다. 혼돈에서 질서로 세상이 다스려지면서 고대국가의 기틀이 잡혔다는 말이다. 곧 환웅민족이 가지고 온 여러 문명이 전파되고 다스려지면서 인간세상이 점차 안정과 조화를 이루어나가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때 곰과 호랑이는 당시 토착세력이었을 것이다. 곰부족이 경쟁에서 이기고 결국 환웅과 결합함으로써 단군이 탄생되었다는 것은 외래민족과 토착민족의 결합 속에 새로운 문화민족의 탄생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단군의 탄생을 토착세력과 외래민족 간의 결합으로 보는 것은 역사적으로나 문학적으로 인정받는 해석이다. 그리고 단군신화 이후로도 우리는 김수로왕, 석탈해, 처용 등의 신화 등을 통해 우리 민족과 외래민족 간의 결합과 수용이 활발하게 일어났음을 읽을 수 있다. 김수로왕이 아유타국의 공주와 결혼한 일, 용성국에서 온 석탈해가 신라의 임금이 된 일, 동해 용왕의 아들 처용이 신라의 관직을 하사받은 일 등 이미 신화적 세계에서 우리는 다문화사회였음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7년 유엔은 우리가 지나치게 '단일민족'을 강조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현대 한국사회의 다인종적 성격을 인정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 이후 우리는 다문화사회로의 진입을 위해 여러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다문화 다인종적 사회로의 진입은 현대에서의 일이 아님을 이미 단군신화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은 여러 민족의 결합과 이주 등에 대해 매우 유연하고 지혜로운 자세를 통해 역사를 이끌어왔음도 알 수 있다. 이제 '단일민족' 신화는 버리고 개천절의 새로운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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